[사설]노조 위한 회계 투명성도 막겠다는 민주당의 입법 횡포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더불어민주당이 입법권을 동원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병도 의원은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노조비 등 일반 기부금 범위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20일 밝혔다. 노조비 세액공제의 근거를 시행령이 아니라 아예 법률에 명시해 정부의 시행령 개정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당의 핵심인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미 지난 4월에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정부가 지난 15일 시행령을 내놓자 언론에 공개했다. 노동계 연대와 함께 ‘거야 폭주’로 불가피하게 선택해온 고육책조차 가로막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은 조합원 수가 1000명을 초과하는 대형노조는 회계결산 결과를 공시 시스템에 공개해야만 납부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15%)을 받도록 했다. 지난 2021년 기준 노조비 공제를 받은 근로자는 433만6000여 명, 액수는 약 4000억 원이다. 막대한 혈세 지원을 받고 있다면 떳떳하게 공시하는 것이 조세 형평성에 부합하고, 노조 집행부의 조합비 비리를 막아 일반 조합원의 권익도 증진할 수 있다. 이를 “노조활동에 대한 부당한 개입”(한 의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형노조 지도부의 기득권을 보호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조합비 세액공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정도로 노조의 위상과 조합원 소득 수준은 과거와 달라졌다. 노조 비리 척결 등은 여야 없이 시급히 다뤄야 할 과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불법시위에 대한 법치 확립 등 노동개혁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 이래서야 다시 집권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