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쓰면 들어준다는 인식 근절위해 불법·악성 민원제기자 처벌 강화를”[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전문가 ‘민폭 근절’ 제언
“민원 만능주의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민폭(민원폭탄) 근절을 위해서 ‘소리 지르고 악쓰면 결국 내 민원을 들어준다’는 시민성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원 접수창구 일원화 등을 통해 민원 처리의 질을 높이고, 불법·악성 민원 제기자를 엄정 대응하는 법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수관 울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22일 민폭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민폭을 투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법적으로 자기 말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소리 지르고 떼쓰면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에 민원을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의 민원을 안 들어준다고 중복·반복 민원으로 공무원을 괴롭히면 결국 다른 이의 민원 권한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한다”며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결국 처벌을 강화하는 등 엄정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회 전반의 ‘민원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조금만 불편하고 이상해도 대화로 해결하지 않고 민원부터 하고 보는 ‘민원만능주의’가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다”며 “관용의 문화 대신 이기심과 개인주의, 참는 법이 없는 불같은 문화가 퍼져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이어 “이 같은 문화가 확산하다 보니 소비자의 기업 대상 갑질, 학생의 교사 대상 갑질, 민원인의 공무원 대상 갑질 등 각종 갑질이 넘친다”며 “정당한 민원 권한이야 당연히 보장해야 하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민원·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해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전자민원 접수창구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허 교수는 “국민권익위원회, 인권위원회, 대통령실 등 민원 창구가 곳곳에 너무 많아졌다”며 “뭐가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여기저기 바로 서류를 들고 달려가는 경향이 있는데, 접수창구 일원화 등으로 중복 민원을 줄여야 민원 처리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손기은·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