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외국인 지방선거권 폐지가 헌법 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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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지방자치제도는 헌법상의 기본 제도로 민주주의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구성원인 주민의 참여로 이뤄지는 민주주의의 기초다. 지방자치제는 국가의 분산된 하부구조를 구성해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민주주의의 구조에 기여하고 분권적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그리고 지방자치제는 주민에게 지역의 고유한 사무를 스스로 처리하게 함으로써 국민 자치의 사상을 실현하게 한다.

헌법에 규정된 지방자치제는 지자체의 조직으로서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구성원인 지방의원의 선거는 법률로 정한다고 위임하고 있다. 헌법은 지방의원에 대해 선거를 명문화함으로써 지방선거에 관한 근거를 두고 있다. 비록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처럼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한다는 명문의 표현은 없지만, 헌법에 근거해 지방의원도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헌법은 국민주권을 규정하면서 모든 권력의 주체가 국민임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모든 권력은 국가권력을 말하는 것으로, 국가와 지자체의 권력을 구분하지 않는다. 헌법은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규정한다. 이는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국민이 국정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면 대표를 선출해 그들에게 국정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한다.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 국민의 선거권 행사는 국회가 법률로 규정해야 가능해진다. 국회는 헌법이 규정한 선거 원칙에 따라 선거법을 제정해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국회는 선거권의 내용과 절차를 법률로 규정하는 경우 국민주권원리, 평등원칙, 선거원칙 등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국정선거와 지방정부의 대표를 선출하는 지방선거는 공직선거법을 통해 구체화된다. 헌법은 지방선거의 근거만 규정하고, 지방자치법에서 지방의회의원과 지자체의 장(長)은 주민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선출한다고 선거 원칙을 명시한다. 이렇게 헌법은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방의원 선거는 법률로 정한다는 점만 명시하기에 지방선거권을 법률상의 권리라고 한다.

공직선거법은 영주권을 취득해 3년이 경과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주는데, 이는 2005년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때 도입됐다. 지구상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주는 국가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해 노르웨이·러시아·뉴질랜드 등 40개국 이상이 있다. 이 중 EU 27개 회원국을 제외하면 그리 많다고 볼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방법으로 선거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도 헌법상의 제도로서 국민주권에 따라야 한다. 지방선거권이 법률상의 권리라고 해도 그 근거는 헌법에 있다는 점에서 국민인 주민의 권리다. EU 회원국이나 그 밖의 국가들이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주는 것은, 그 국가들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각국의 선거제도는 정치적 전통과 헌법적·정치적·사회적 상황 등을 반영한 것으로,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국민주권원리 및 지방자치제도 등과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 간의 상호 호혜원칙 등을 고려한다면, 지금이라도 외국인의 지방선거권을 폐지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