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미신고’ 4명 사망·1명 유기, 아직도… 6명은 생사조차 모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 박스’의 문이 열려 있다. 베이비 박스 위에는 ‘미혼모 아기를 유기하지 말고 아래 손잡이를 열고 놓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박윤슬 기자

전수조사서 추가사례 더 늘듯
“출생신고 제도 허점 방치안돼”

정부·국회·병원 직무유기 논란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생존 확인을 요청한 출생 미신고 영유아 23명 중 23일 오전 현재 4명이 사망하고 유기된 아이를 포함한 7명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미신고 영유아 2236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출생 신고 제도의 허점을 방치해온 정부, 국회, 의료계의 ‘직무 유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날 각 지자체 조사를 종합하면 출생 미신고 영유아 표본 23명 중 4명이 사망한 상태다. 지난 21일 경기 수원의 한 가정집에서 신생아 2명이 냉장고 속 시신 상태로 발견됐고, 전남 여수에선 미숙아가 치료 중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3월에는 생후 76일 된 여아가 영양결핍으로 사망했다. 경기 화성에서는 친모가 불법 입양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아이의 생존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경기 오산에서도 병원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1명에 대해 경찰이 소재 파악 중이다. 이외에도 전국적으로 소재 파악 중인 영유아가 5명에 달한다. 나머지 12명은 생사가 확인됐다.

출생 신고가 안 된 영유아들의 비극적 사례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출생 신고 제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한 정부의 전수조사가 ‘뒷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병원은 그동안 영아의 출생 신고를 부모에게만 맡겨왔고, 현행법상 부모가 출생 신고를 안 해도 과태료 5만 원만 부과될 뿐 처벌 규정이 없다. ‘출생 통보 의무화’ 법안은 지난 3년간 15건이나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비용 및 행정 부담, 병원 밖 출산 증가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의 무관심과 병원의 소극 행정 속에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며 “병원에서 출생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김규태·전수한·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