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아동’ 800여명 행방이 핵심… 유기·사망·불법입양 가능성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가슴 아파지는 ‘베이비 박스’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 박스’의 문이 열려 있다. 베이비 박스 위에는 ‘미혼모 아기를 유기하지 말고 아래 손잡이를 열고 놓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박윤슬 기자

■ 정부 2236명 전수조사 돌입

지자체 통해서 보호자에 연락
아동 안전 확인되지 않을 경우
경찰 등 협력해 필요 조치 시행

1% 표본조사서 4명 사망 확인
생활고 등에 출생신고 못하고
보호자와 지내는 경우도 많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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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신고 출생아 2236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유기 아동 보호소 ‘베이비박스’로 넘겨진 약 1400명을 제외한 ‘출생 미신고 아동’ 800여 명의 행방을 찾는 게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미신고 출생아 1% 표본조사에서도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 4명 중 3명이 학대 등으로 사망했고, 아직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유기 사례도 1건 파악되면서 전수조사 과정에서 사망, 유기, 불법 인터넷 입양거래 등 여러 위법 사례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수조사 대상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임시 신생아 번호’로만 존재하는 아동 2236명이다. ‘임시 신생아 번호’는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신생아에게 출생신고 전 예방접종을 위해 부여하는 7자리 번호다. 전수조사의 핵심은 같은 기간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1400여 명은 소재 파악이 되는 만큼, 이를 뺀 나머지 약 800명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다. 감사원이 23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서도 학대 사망이나 유기 사례가 드러난 만큼, 전수조사 과정에서 추가 범죄 사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불법 입양 등 위법 사례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활고나 사적인 사유로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이를 키우는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전수조사는 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경찰,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실시한다. 지자체를 통해 아동 보호자에게 연락해 아동의 안전상태를 확인하고, 아동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때에는 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복지부는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을 서둘러 개정할 예정이다. ‘임시신생아 번호’에 산모의 인적 정보도 담아 미신고 출생아의 어머니를 추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부터 마련하기 위해서다. 임시 신생아 번호에는 산모 정보가 담기지 않아 그동안 복지부가 출생신고 이력이 없는 아동을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복지부는 질병청의 임시 신생아 번호를 받은 후 지자체와 경찰을 통해 미신고 출생 아동을 찾으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각 지자체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5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 최소 3명이 사망하고 2명의 생존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이날 밝혔다. 자신이 낳은 아이 2명을 출산 직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친모 고모 씨는 이날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고 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출산한 아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자신의 아파트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화성에서는 2021년 12월 출생한 신생아를 유기한 혐의로 20대 친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친모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입양 보냈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이 여성의 휴대전화를 복원해 아이의 행방을 파악하는 한편 친부 A 씨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오산에서는 2015년 출생 후 신고를 하지 않은 40대 친모가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해당 시기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병원에 출산 및 예방접종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경남 창원에서는 출생 미신고 상태인 생후 76일 된 여아가 영양결핍으로 사망해 친모가 구속기소됐다. 2021년 충남 천안의 한 병원에서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후 출산한 40대 여성도 적발됐지만 현재 아이를 양육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권도경·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