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역없는 ‘보조금 카르텔’ 혁파… 단 한푼도 새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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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구청 ‘보조금 누수’ 감사

팬데믹 한창이던 2020년 이후
각종 집행 내역 면밀하게 조사
체육대회 열리지도 않았는데
골프 장비와 게임기 등 제공해

감사원이 비영리민간단체인 영등포구장애인체육회(체육회)의 문재인 정부 당시 보조금 방만 집행 정황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무회의 당시 민간단체 보조금 부패 카르텔 혁파를 주문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 성격으로 풀이된다. 감사원은 특히 체육회가 2020∼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당초 보조금 수령 취지인 장애인 체육대회를 개최하지 못했음에도 영등포구가 경품·생필품 지원 등 목적 외로 집행한 내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감사원의 체육회에 대한 조사 착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의 일환으로 이달 초 국무조정실이 중앙부처 보조금 부정 사례를 발표한 시점과 맞물려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서 감사원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 기간 보조금 집행 내역을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구 관계자는 “당초 체육 행사 개최 취지로 보조금을 받은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코로나19로 정부가 (오프라인으로) 모이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변경 신청해 집행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가 영등포구 2020∼2021년 육성지원 보조금 정산서 등을 종합한 결과, 구는 2년간 모두 1억5827만8264원의 보조금을 ‘체육회 육성 및 체육대회 개최·참가 지원’ 명목으로 수령했다. 구는 그러나 강사수당과 사무국 운영·인건비로 쓰이는 육성 보조금 등을 제외하고 모두 6145만8964원을 경품 등 당초 목적과 달리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해에 걸쳐 체육대회는 개최되지 않았지만, 구는 2020년 체육회 회원 등을 대상으로 가정용 골프 장비 등을 지원하는 데 583만2000원을 사용했다. 또 2021년에는 ‘온택트(Ontact·온라인대면)’ 방식의 대회를 개최, 참가한 회원 등을 대상으로 게임기·태블릿PC 등 경품을 제공하거나 쌀·라면 등 생필품을 지원하는 데 2562만6964원을 집행했다. 체육회 전직 회원은 통화에서 “당시 장애인이 아니거나 타 자치구 주민들도 경품을 받아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법조계에선 사적 운용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현물 제공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2년간 집중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 외에도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 역시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성훈·나윤석·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