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정·할부·재판매까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영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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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문으로 본 ‘신생아 매매’

출산병원비·생활비 요구하고
가격 흥정하자 50만원 깎아줘
월 25만원 12개월 분납 계약
무상입양 뒤 돈받고 되팔기도

‘83만 원·67만 원·40만 원·150만 원’.

아동매매 혐의로 재판장에 선 A 씨가 2015년 수사기관에 적발되기 전까지 1년간 인천, 대전, 평택 등지에서 신생아 4명을 넘겨받으며 지불한 돈이다. 1심 재판부에 따르면 아이를 팔아넘긴 부모들은 A 씨에게 “출산 후 병원비를 대신 내달라”고 하거나 “생활비를 보조해달라”고 했다. 한 부모는 매도 조건으로 200만 원을 요구했다가 A 씨가 돈이 부족하다며 흥정하자 50만 원을 깎아주기까지 했다. 이들 부모는 아동 매매 혐의로 기소됐지만 전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아이를 불법 입양한 A 씨에 대해서도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가 항소심에서 ‘반성’ 등을 이유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

27일 문화일보가 2015년부터 최근까지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11건(1·2심)의 아동매매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100만 원 안팎이면 신생아를 매매할 수 있었고, 처벌은 관대했다. 피고인들이 신생아에게 붙인 가격은 최소 40만 원. 최대 689만 원까지 거래됐지만, 신생아 총 17명 중 절반(9명)은 100만 원 이하로 매매됐다. △50만 원 이하 2명 △100만 원 이하 7명 △300만 원 이하 4명 △300만 원 초과 4명 순이다. 남자친구와 동거하던 B 씨는 생활고를 이유로 생후 2개월 된 아이를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람에게 팔면서 ‘월 25만 원씩 12개월 분납 조건’으로 계약하기도 했다. 아이를 매수한 뒤 높은 가격에 재판매했다가 적발된 여성 C 씨도 있었다. 이 여성은 2019년 아이를 키울 것처럼 행사해 무상으로 입양한 뒤 입양을 원하는 사람에게 689만 원을 받고 매매한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모두 C 씨에게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생아를 불법 거래한 피고인들은 모두 포털사이트, 페이스북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소통을 했다.

적은 돈으로 아이를 쉽게 매매할 수 있는 환경이 계속된 건 아동매매에 대한 가벼운 형량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매매 피고인 23명 중 가장 높은 처벌은 징역 3년(1명)에 불과했다. 해당 피고인은 아동을 영리 목적으로 재판매하기 위해 신생아를 입양한 것으로 판단돼 이례적으로 강하게 처벌됐다. 그러나 실형 중 징역 2년이 1명, 징역 1년 이하가 5명이었다.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은 16명에 달했다. 앞서 2021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매매에 대한 징역형 권고 범위를 설정하면서 감형 인자가 있더라도 최소 징역 6월에서 2년까지, 가중 요인이 있을 경우 최대 징역 6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는 것이다. 이은의 변호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다”며 “형량 자체는 낮지 않은 편이지만 여러 참작을 통해 감형을 받고 있는 구조”라고 했다.

김규태·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