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보다 더 많이 오른 가공식품, 14개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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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물가상승률 상방압력 작용
정부, 경기부양 전환 차질 우려

라면·밀가루는 가격 소폭 내릴듯

지난해부터 한국경제를 짓눌러온 물가상승률이 3%대에 진입하는 등 최근 둔화세에 접어들었으나 가공식품은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부처들은 관련 업계들을 압박하며 물가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5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7.3% 올랐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3.3%)을 두 배 이상으로 웃도는 수치다. 품목별로 보면 잼(35.5%)·드레싱(31.8%)·물엿(22.7%)·맛살(22.1%)·치즈(21.9%) 순이었다. 라면(13.1%)의 경우 지난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업계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면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가공식품 품목도 잼과 드레싱을 비롯해 어묵(19.7%) 등 14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29개가 두 자릿수의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정부는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물가가 둔화세를 보이면서 올해 하반기 정책기조를 물가 안정에서 경기 부양으로 전환하려고 했다. 그러나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전체 물가상승률이 상방 압력을 받으면, 정부 정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제분업계 간담회를 통해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등 7개사에 밀 수입 가격 하락을 밀가루 가격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라면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주요 식품의 가격 등을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담합 가능성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공정위가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제분업계는 다음 달 출하가격을 인하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면 가격도 13년 만에 소폭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시장개입은 한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개입이 끝나는 순간 기업들이 억눌러왔던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격 인하 압력이 지나칠 경우 관련 업계에서는 제공량을 줄이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