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폭 피해’ 민원담당자 보호 조례, 서울·경기 등 5곳은 아예 없어[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법률상담 등 예산범위 내 제공
의료비지원액 지자체마다 달라

물건 부수는 등 비상상황 대비
일부 교육청, 경찰과 모의훈련

악성 교육 민원을 상대하는 담당자들의 고충이 가중되자 지방자치단체 의회와 지방 교육청들이 뒤늦게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민원 담당 교육 공무원들에게 의료비와 심리·법률상담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는 여전히 관련 조례를 두지 않은 데다, 조례를 마련한 곳도 지원 형태가 제각각인 상황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16일 ‘교육청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고 이날부터 시행했다. 민원인으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공무원들을 보호할 교육감의 책무를 명시한 것이 특징이다. 대상은 교육청 소속 공무원과 공립학교 등에 배치된 교육공무직원이다. 조례에 따르면 교육감은 민원실에 CCTV와 비상대응팀을 배치하는 등 안전한 근무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감이 악성 민원인에게 퇴거를 요구하거나 담당자를 민원인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을 둬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에게 휘둘리는 상황도 방지했다. 법률상담, 심리상담, 의료비, 휴식시간, 휴식공간, 치유를 위한 지원 등도 교육청 예산 범위 내에서 제공하도록 했다.

기존에 지자체는 대체로 조례보다 하위 규정인 교육청 훈령으로서 ‘복장을 단정히 하고 상냥하게 민원인을 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민원 업무 관련 규정만 두고 있었다. 민원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례를 도입한 교육청은 현재까지 12곳이다. 지난해 2월 대전시교육청을 시작으로, 강원도, 경북도, 전남도·충북도에서 유사한 조례가 제정·시행됐다. 올해는 전북도 외에 충남도, 세종, 경남도, 부산, 대구 순으로 시행했다. 지난 21일 조례를 의결한 울산시는 아직 공포 전이다.

하지만 광주, 인천, 서울, 제주, 경기도 등 5개 교육청에는 조례가 없다. 조례를 시행한 지자체의 지원 형태도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대구는 피해를 본 민원 담당자에게 의료비가 50만 원 지원되지만, 울산은 20만 원이다.

특이민원을 제기하다가 교육청 민원실에서 물건을 부수거나 흉기를 꺼내는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훈련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도교육청은 홍성경찰서와 경북도교육청은 안동경찰서와 각각 특이민원 발생을 가정한 모의훈련을 했다.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면서 다른 민원인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관할 경찰서와 함께 비상 대응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강한·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