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받아도 교육청은 뒷짐만[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학부모 고발 등 적극 제지 필요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권과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적극적 보호조치와 법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성년과 긴밀히 접촉하는 교육현장의 특성상 교사와 교육공무원 개인이 고통을 겪으면서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장과 교사가 ‘학생생활지도를 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한 것이 골자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혼내거나 제재를 가할 경우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되고, 교실에서 즉시 배제 조치되는 일이 잦아서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도 방식과 권한 범위를 정하는 교육부 장관 고시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미완성이라는 평가다. 한 교사는 “수업 중에 싸우는 학생들을 말리다 손이 몸에 닿으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는 실정”이라며 “문제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고, 수업 방해자를 특정 공간으로 이동시킬 수 있고, 반성문 등 과제를 부여하거나 학부모 상담을 할 수 있는 권한과 범위 등을 고시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실을 보호하기 위한 그 외 법령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1일 대표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은 ‘교사의 생활지도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일단 신체적·정신적 학대로 보지 않도록 해 교권과 학습권 보호를 두텁게 하는 내용이다.

반면 이미 도입된 제도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2019년 시행된 개정 교원지위법 제15조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받은 교원이 원하는 경우 교육청은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이 법에 따른 고발 건수와 결과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는 “교권침해를 반복적·상습적으로 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며 “소송을 당한 교사를 지원할 변호사와 전문 상담 인력을 충분히 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