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지키며 성공한 ‘우영우’… 플랫폼 시대에 역설적으로 콘텐츠의 힘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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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콘텐츠 ‘넥스트 스텝’ - (4) 승자독식 생태계’ 생존 전략

제작사 이상백 대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를 맞은 콘텐츠 시장의 ‘표준 성공 모델’로 꼽힌다. 신생 채널인 ENA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동시에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유통됐지만 제작사가 지식재산권(IP)을 지킨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우영우’ 외에도 한국 드라마 산업에서 ‘분기점’이라 할 만한 작품에 도전했던 에이스토리 이상백(59·사진) 대표는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영우’는 플랫폼 시대에 역설적으로 콘텐츠의 중요성을 보여줬다”며 “플랫폼에 비해 여전히 제작사가 ‘을’이지만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제작사도 충분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에이스토리는 케이블채널 tvN의 개국 드라마인 ‘하이에나’를 만들었다. 지상파 이외의 채널에서 드라마를 본다는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을 때다. 그런 도전 정신은 넷플릭스 최초 한국 오리지널인 ‘킹덤’ 시리즈 제작으로 이어졌다. 이 외에도 토종 OTT 쿠팡플레이에 ‘SNL코리아’를 납품하는 등 플랫폼의 이름값보다는 양질의 콘텐츠로 ‘윈윈’ 구조를 고민해왔다.

이 대표가 콘텐츠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다르다. 대다수가 “IP를 확보하라”고 할 때, 그는 “IP를 확보할 작품과 포기할 작품을 구분하라”고 충고한다. IP를 가지려면 제작사가 제작비를 직접 부담해야 하지만, IP를 넘기면 거대 플랫폼이 제작비 전액과 일정한 수익을 보장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 불리는 콘텐츠가 후자에 해당되며, 이 경우 IP는 모두 넷플릭스로 귀속된다.

이 대표는 “‘우영우’를 비롯해 수사·의학 드라마 등 에피소드를 바꾸며 시즌제가 가능한 ‘장르물’은 IP를 확보해야 한다. 시즌1이 성공해 다음 시즌을 만들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반면 로맨틱 코미디는 IP 확보가 큰 의미가 없다. 일단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이뤄지면 시청자들의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야기를 꾸리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IP를 갖고 있어도 확장폭이 좁다”고 충고했다.

여기에 이 대표는 “한국적 콘텐츠”를 강조했다.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지만 북미는 우리보다 발달한 콘텐츠 시장”이라는 이 대표는 “그래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한국적인 소재가 필요하다. ‘킹덤’의 경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기에 ‘K-좀비’라는 차별화가 가능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고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가 준비 중인 차기작에도 이런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국내 최초 씨름 소재 드라마고, ‘수성궁 밀회록’은 ‘운영전’ 또는 ‘수성궁 몽유록’이라고도 불리는 고전 소설을 모티브로 삼은 퓨전 판타지다. 내년에는 통일 한국을 배경으로 한 과학소설(SF)물 ‘무당(가제)’을 선보인다. 문지원 작가가 집필 중인 ‘우영우’ 시즌2는 2024년 말쯤 공개가 목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