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OTT 정글’서… 카멜레온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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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콘텐츠 ‘넥스트 스텝’ - (4) ‘승자독식 생태계’ 생존 전략

넷플·티빙 등 유통 방식 급변
TV드라마 파생상품까지 고려
JTBC ‘킹더랜드’ 웹툰도 제작

국내 제작자가 ‘미드’ 만들기도
현지자본 투입 더 많은 수익 내

히트작 ‘킹덤’ ‘오징어게임’처럼
콘텐츠 자체가 가진 힘이 중요
“OTT 활용하되 기대지 말아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세가 되면서 콘텐츠 시장은 ‘천지개벽’했다.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미국이나 태국, 덴마크에서 손쉽게 볼 수 있고, 최신 미국드라마(미드)부터 인도 발리우드 영화, 프랑스 TV 시리즈까지 안방에서 즐길 수 있다. 콘텐츠가 설 자리가 많아졌다는 측면에서 OTT는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OTT 생태계는 강한 자만 살아남고,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적자생존, 승자독식의 정글이기도 하다. 매일 수많은 콘텐츠가 수많은 플랫폼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가 흔적 없이 사라진다. 기술의 발전이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같은 전지구적 환경 변화로 또다시 콘텐츠 소비 방식이 급변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플랫폼을 살리는 것도 콘텐츠이고, OTT 천하 이후에 살아남는 것도 결국 콘텐츠이다. 세계 무대에서 약진 중인 K-콘텐츠가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서 카멜레온같이 적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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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의 길’을 찾아라

OTT 콘텐츠는 통상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오리지널 콘텐츠 방식.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이 투자를 하고 글로벌 유통을 책임진다. 국내 제작사는 통상 제작비의 10~20%를 수익으로 보전받는다. 거대 해외 자본의 도움을 얻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을 포함해 대부분의 권리는 넘겨지고, 해당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된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단숨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지만, 국내 제작사로선 하청업체처럼 납품하는 데 불과하다는 한계를 가진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TV 채널이나 다른 플랫폼에서 동시 송출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대박을 터뜨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표적이다. 해외 자본의 도움을 덜 받는 대신, IP를 지킨 경우가 많다. 지상파 방송에서 검증된 드라마를 OTT 플랫폼에서 뒤늦게 사서 송출하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콘텐츠 업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IP를 지키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4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세 유형은 IP를 지키지 못하거나 수익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다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콘텐츠 시청시간 1위를 달리는 JTBC 드라마 ‘킹더랜드’는 원콘텐츠인 드라마의 IP뿐 아니라 파생상품의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 OTT 플랫폼과 계약했다. 넷플릭스와 티빙에 방영되는 이 드라마는 방영과 동시에 드라마 내용에 기반한 웹툰을 연재했다. 웹툰에 대한 권리 역시 제작사가 갖고 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앞으로 K-콘텐츠와 플랫폼 간 계약 형태가 다변화될 것”이라며 “제작비 보전 비중이 높아지는 것뿐 아니라 IP를 지역이나 콘텐츠 성격에 따라 달리 분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드라마는 팔되 게임 등 파생 콘텐츠의 IP를 지키거나, 아시아에 대한 권리는 지키는 식의 계약도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국내 제작사가 현지에서 직접 ‘미드’를 제작하는 방식도 나왔다. 최근 방영된 애플TV ‘운명을 읽는 기계’(The Big Door Prizes)는 한국 제작사가 만든 최초의 ‘미드’이다. 연출자와 배우들 모두 미국인이지만, 올해 상반기 최대 화제작 ‘더 글로리’를 만들었던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하고 자본을 투입하는 등 ‘머리’ 역할을 했다. 이 같은 현지의 직접 제작은 기존 방식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미드의 제작비는 편당 110억 원 수준으로 한국(7억5000만 원)의 15배 수준. 이에 따라 제작사가 OTT로부터 받는 제작비 보전 비용도 자연히 커지게 된다.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한국 드라마도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계적 화제작이 될 수 있는 시장환경이 도래했지만, 수익 측면에선 성공한 ‘미드’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해당 드라마는 4월 기준 미국과 캐나다에서 애플TV 시청시간 3위 내에 들었고, 시즌2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 콘텐츠는 힘이 세다

OTT 시대, OTT를 둘러싼 논의가 ‘핫’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콘텐츠다. ‘넷플릭스 천하’라지만, 처음부터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힘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2019년 김은희 극본의 좀비 드라마 ‘킹덤’이 한국 최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스트리밍되면서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또 넷플릭스 시청시간 역대 1위인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넷플릭스의 국내 기반 강화와 함께 극장과 TV를 주변으로 밀어내고 OTT를 중심으로 올려놨다. 처음부터 세계 무대를 염두에 두지 않은 K-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을 살린 셈이다.

지금의 OTT 생태계는 영원하지 않을 테니 콘텐츠 자체의 힘이 중요하다.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윤제균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는 “OTT가 호황이라고들 하지만, 넷플릭스 외엔 모두 적자로 OTT 포화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며 “OTT 플랫폼 간 이합집산이 수년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콘텐츠가 OTT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되, 전적으로 기대는 것은 곤란하단 얘기다. 박 교수는 “단순히 콘텐츠 유통만 생각하지 말고 콘텐츠 자체의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