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내일부터 총파업… 수술취소·강제퇴원 속출

광화문서 대규모 상경집회
국립암센터 수술 100여건 취소
부산대병원 등 잇단 환자 전원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오는 13일부터 역대 최대 규모로 총파업에 돌입하는 가운데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은 파업 기간 중 잡힌 수술을 취소하거나 수술 후 입원한 중환자들에게 나가달라고 통보하고 있어 환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인 부산대병원 본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일반병실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서 입원환자 수를 줄이고 있다.

이번 파업에 두 병원 직원 6000명 중에서 의사와 비노조원을 제외한 4500명이 참여하면서 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3일 이후 수술 일정도 연기됐고 외래 예약은 중단된 상태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파업 탓에 입원 환자를 돌볼 인력도 없고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의료사고 등이 일어날 수 있어 병원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암 환자 집중 치료 기관인 국립암센터는 13, 14일 이틀간 예약돼 있던 암 환자 수술 100여 건을 취소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의료인력이 파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수술장과 항암치료실은 마비될 상황이다. 외래 진료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 병원에는 매일 외래환자만 1700명이 방문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총파업이 시작되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상경 집회를 벌인다. 14일에는 서울과 부산, 광주, 세종 등 4개 지역에서 거점 파업을 진행한다. 정부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15일부터는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번 파업에는 조합원 6만4000여 명 중 4만5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의료 민영화 저지를 위한 파업 당시에는 1만여 명이 참가했다. 의사를 제외한 직종 60개가 모두 참여한다.

이른바 ‘서울 빅5(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병원 중에서는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없지만, 경희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아주대병원, 한림대 성심병원 등 전국에서 20곳 안팎의 상급종합병원이 파업 참여를 예고하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 한 관계자는 “파업 직전까지 노조 측과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지만, 파업 돌입 시 환자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