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속탄, 축구장 3개면적 초토화 ‘폭탄 비’… 열압력탄, 내장 파열시켜[Who, What, Why]

  • 문화일보
  • 입력 2023-07-19 09:20
  • 업데이트 2023-07-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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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집속탄을 투하하는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 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 What - 우크라戰 사용 거론 최악무기들

‘母子폭탄’집속탄, 1개중대 살상
목표상공 폭파후 子폭탄 쏟아져
베트남전때 3억개중 30% 불발
8000만개는 지뢰처럼 묻혀있어

‘악마의 비’ 백린탄, 고열로 공격
네이팜탄은 반경 30m 불바다로

‘생명체 골라죽이는’ 열압력탄
공기 팽창·수축시켜 폐 터트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상황에서 ‘최악의 재래식 살상무기’ 사용이 거론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인도적 살육무기로 한꺼번에 전장을 초토화할 수 있는 집속탄(cluster bomb)과 백린탄(White phosphorus munitions), 열압력탄(thermobaric) 등은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사망하게 해 전쟁 후에도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실제로 이 같은 무기들이 사용될 경우 이번 전쟁은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의 전쟁사도 일대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러시아 집속탄 사용 의혹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초기 집속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에 직면했다. 우크라이나도 맞대응으로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양국은 155㎜ 포탄 등 단일 목적탄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모자(母子)폭탄으로 불리는 집속탄을 비롯, ‘악마의 비’로 불리는 백린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래식 무기라는 열압력탄 등 무차별 살상용 재래식 무기 카드가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했으며 미 합참의 더글러스 심스 작전국장(중장)도 기자들에게 “집속탄이 우크라이나에 실제로 전달됐다”고 인도 사실을 인정했다.

photo 집속탄두를 단 미국제 155㎜ 포탄. 우크라이나에 공급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집속탄 1발이면 축구장 3개 면적 초토화, 1개 중대 병력 살상

2차 세계대전 말 옛소련과 독일에 의해 처음 개발된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여러 개의 소형폭탄(자탄)이 들어 있다. 시한장치를 통해 모폭탄이 목표 상공에서 터진 뒤 그 속에 들어 있던 자탄이 쏟아져 나와 여러 개의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다. 자탄은 수류탄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하기에 타격 범위 내에서 사람이 피격당하면 신체가 산산조각이 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워진다. 타격 범위도 집속탄 한 발이 축구장 3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고, 1개 중대 병력(100여 명)을 한꺼번에 살상할 수도 있다. 밀집된 다수의 병력이나 무장 장비를 상대로 사용하면 적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미국의 ‘CBU-150’ 최신형 집속탄은 모탄에서 수십 개의 자탄을 실은 탄두가 분리된다. 이 탄두가 낙하산을 타고 넓게 퍼져가다 ‘열’을 감지하면 목표를 향해 수십 개의 자탄이 튀어나가 살상력과 폭격 범위가 훨씬 강하고 넓다.

그러나 탄 수가 많은 만큼 불발탄이나 엉뚱한 곳에 떨어져 민간인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집속탄의 20~30%가 불발탄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이 라오스에 사용한 집속탄 때문에 라오스는 지금도 매년 5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물자공급 통로인 라오스에 무려 3억 개의 집속탄을 쏟아부었는데 30%인 8000만 개 자탄이 여전히 불발탄으로 묻혀 있다. 제거된 불발탄은 8000만 개의 1%밖에 되지 않는다. 2010년 120개국이 집속탄 사용 및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집속탄 금지 협약(CCM)’을 체결했지만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남북한은 CCM에 서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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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비’ 백린탄, 3000도 고열의 네이팜탄

하늘에서 시뻘건 불길이 비 오듯 내리며 공격 목표지역 내 인간, 건물 등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백린탄은 소이탄의 한 종류다. 인(P)의 동소체인 백린을 주원료로 쓴 폭탄이다. 백린탄은 집속탄과 마찬가지로 공중에서 폭파된 뒤 광범위한 지역에 비를 뿌리듯 떨어져 ‘강철비(steel rain)’로 불린다. 백린탄은 고열로 물체 깊숙이 파고 들어가 녹여버리기 때문에 핵무기를 제외하고 ‘인류 최악의 무기’라는 악명을 얻고 있다. 산소와 접촉해 불이 붙으면 엄청난 열과 섬광, 연기 등을 발생시키며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온다.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할 때 이 백린탄을 마구 썼다. 백린탄 희생자들은 살과 뼈가 다 녹아버린 처참한 모습이었다. 공중에서 폭파된 뒤 광범위한 지역에 비를 뿌리듯 떨어진다. 발화온도가 낮아 쉽게 불이 붙는 반면 물을 뿌려도 다시 불이 붙기에 백린탄에 피폭된 신체 부위를 빠르게 절단해야 할 정도다. 불이 꺼질 때까지 몸속을 파고들며 계속 타 극심한 고통을 일으킨다. 국제법상 민간인 지역에 사용하는 것은 전쟁범죄로 간주된다.

네이팜탄은 살상력이 큰 네이팜(napalm) 연료의 화염 무기로, ‘소이탄’이라고도 한다. 6·25전쟁, 베트남전, 이라크전 때 미군이 사용해 많은 논란을 일으킨 비인도적 무기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알루미늄·비누·팜유·휘발유 등을 섞어 젤리 모양으로 만든 네이팜을 연료로 하는 유지소이탄(油脂燒夷彈)이다. 소이력(燒夷力)이 매우 크기 때문에 3000도의 고열을 내면서 건물과 산림·군사시설 등을 불태워 반경 30m 이내를 불바다로 만들며, 사람을 타죽게 하거나 질식해 죽게 한다.

◇내장파열로 생명체를 골라 죽이는 열압력탄

2차 대전 때 독일에 이어 미국이 본격 개발했다. 미국의 열압력탄(FAE)은 BLU-96 FAE II로 액체 대신 분말을 분사한다. 열압력탄은 CBU-72를 투하하고 지상에 닿기 전 가연성 액체인 에틸렌 에어로졸 산화물을 분사한다. 상공에서 폭발을 일으키고 주변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든다. 불이 붙은 후에는 주변 공기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 긴 시간 지속되는 충격파가 압축된 공기와 함께 고압으로 인간의 폐 등 장기에 급속한 수축을 일으킨다. 고열에 의한 화상은 당연하다. 열에 의한 화상으로부터 운 좋게 살아남더라도 거의 진공 상태의 공기가 연이어 들이닥쳐, 수축한 폐가 미친 듯이 팽창하는데 대부분 인간은 이때 폐가 버티지 못하고 파열된다. 이 파동의 팽창과 수축은 진공을 메우려는 공기들이 들이닥치고 압력으로 또 팽창하기를 반복하는 상황이 1~2초 만에 수십, 수백 번 반복되니 근처의 생명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러한 원리로 열압력탄은 땅굴과 건물에 숨은 적을 고열로 태워 죽이거나 충격파로 인한 타박상이나 내장파열로 생명체만 ‘골라’ 죽일 수 있다. 넓은 폭발 범위로 광범위한 지역의 지뢰를 제거하는 데에 쓰이기도 한다.

◇미국 ‘폭탄의 어머니(GBU-43)’ vs 러시아 ‘폭탄의 아버지(ATBIP)’

미군은 2017년 4월 13일 이슬람국가(IS)가 지배하는 파키스탄 접경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터널 및 동굴에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Mother of All Bombs)’라 불리는 GBU-43 슈퍼폭탄을 C-130 수송기에서 처음 투하했다. 2003년 ‘공중폭발대형폭탄(Massive Ordnance Air Blast)’으로 개발된 GBU-43은 재래식 무기 중 가장 강력하며 전술핵 수준의 폭발력을 갖는다. 위력은 초소형 핵폭탄 수준인 TNT 11t급 폭발력으로 반경 1㎞를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다. 반경 2.7㎞ 내의 건물, 차량 등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높이 3㎞의 버섯구름이 생기는데 이는 32㎞ 밖에서도 눈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적군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심어준다.

MOAB 개발에 자극받은 러시아는 이에 맞서 2007년 ‘폭탄의 아버지(FOAB·Father of All Bombs)’를 개발한다. FOAB의 정식 명칭은 열압력폭탄 ATBIP(Aviation Thermobaric Bomb of Increased Power)이다. 고효율 폭약을 사용한 ATBIP는 미국 GBU-43보다 4배 강력한 폭발력을 가졌지만 무게는 7.8t으로 가볍다. 러시아가 미국보다 더 강력한 폭탄을 개발했다고 발표하자 발끈한 미국은 14t에 육박하는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MOP를 개발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은 핵무기뿐 아니라 최악의 재래식 살육무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 美, 집속탄 제공했지만… “우크라 선제사용 쉽지 않을 듯”

일각선 “러·우크라 이미 사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등 국제사회 다수가 사용을 반대하는 ‘집속탄’을 왜 우크라이나에 보낸 것일까?

미국이 전황 타개용으로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자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6일 “러시아는 충분한 양의 집속탄을 비축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이 무기를 사용하면 러시아도 ‘상호주의 대응에 나설 권리가 있다’”고 맞대응을 시사했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들은 러시아군이 지난해 바흐무트, 리시찬스크, 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를 초토화하는 과정에서 집속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서 집속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해 5월 트위터에서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 소이탄(燒夷彈·incendiary bomb)의 일종인 ‘백린탄’ 추정 물질이 공중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또 러시아가 지난해 2월 28일 TOS-1 부라티노 대형 화염방사시스템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소도시 아크튀르카에서 ‘열압력탄’을 사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집속탄, 백린탄 등 확산탄은 최악의 재래식 무기로 강대국들은 사용금지조약 위반과 전쟁범죄 비난에도 불구하고 사용의 유혹에 휩싸인다. 불리하거나 교착 상태인 전황을 뒤집을 ‘게임 체인저’ 위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낮은 가격, 확실한 위력, 간편한 사용법 등 대단히 효율적이라서 상황에 따라 전세를 단번에 바꿀 수 있어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실제 미국의 집속탄을 인도받은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나토 정상회담 기간인 지난 11일 “집속탄이 영토 탈환을 위한 무기와 탄약으로 차세대 게임 체인저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고, 마이클 매콜(공화당) 미 하원 외교위원장 등도 집속탄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뒤집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 예비역 육군소장인 조영진 전 특전사령관은 “미국의 전략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러시아의 비인도적인 집속탄 사용 등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 선제 사용을 쉽게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한 것은 기존에 공급하던 포탄 부족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 “표준 포탄 생산이 우크라이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면 집속탄을 계속 제공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집속탄 공급은 일시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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