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분당’ 실험하는 반명… ‘이재명 체제 붕괴’ 노린 권력투쟁 돌입[Deep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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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Deep Read - 민주당 권력투쟁

‘李 불체포특권 포기’, 승부수 아닌 자충수 될 수도… 제2 체포동의안 처리 시 반명의 압박수단 될 것
민주, 체제 연착륙 가능성 없는 ‘심리적 분당’ 상태… 담대한 혁신 없이 계파 충돌 일관 갈등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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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이상민 의원이 공공연히 ‘유쾌한 결별’을 말할 정도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원심력은 구심력의 반대로 움직이는 ‘가상의 힘’이지만, 인식의 세계에서는 ‘실재하는 힘’이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계파 갈등은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의 불가예측한 작동방식을 보여준다. 반명 그룹은 ‘선제적 분당’ 실험을 통해 이재명 대표 체제의 붕괴를 노리는 형국이다. 내년 22대 총선이 가까워지고 친명-반명 간 총선 구상이 충돌하면 민주당 내부 갈등은 극대화할 전망이다.

◇불체포동의안

9개월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22대 총선 관전 포인트는 ①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가 유지될지 ②양당이 분열할지 ③경쟁력 있는 제3당이 출현할지 등 세 가지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19일 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이어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당 차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을 1호 혁신안으로 요구했다.

혁신위는 ‘이재명 지키기 위원회’라는 비판을 부인하지 않았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이재명 대표가 사퇴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분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서 위원은 ‘이재명 대표 거취 문제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반명의 요구를 일축했다. 혁신위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것이 몰고 올 파장이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제적으로 집단 선언한 민주당 의원 31명이 대부분 반명이라는 사실은, 혁신위 의도와 상관없이 이것이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들은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의 권리를 내려놓기 위한 실천으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구명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본회의 신상 발언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이 대표에 대한 강한 압박이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정당한’이라는 구차한 전제를 달긴 했어도 여론을 거스르기 어려운 족쇄를 하나 더 채운 건 분명하다. 1호 혁신안 부결이 몰고 올 파장이 만만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결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비명·반명 그룹은 이재명 대표 체제를 흔들 강력한 무기 하나를 손에 쥐게 됐고,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승부수 아닌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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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트리거

역사적으로 ‘혁신위’가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대체로 혁신위란 지도부를 향한 혁신의 총구를 돌리기 위한 ‘위장기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상할 수 있는 혁신위 시나리오는 네 가지다. ①당 혁신을 성공적으로 주도한다 ②당의 혁신안 거부로 동력을 상실하고 스스로 해산한다 ③(반명·비명의 요구대로) 이재명 대표 거취 문제를 테이블에 올렸다가 ‘친명’으로부터 해체 역공을 당한다 ④2015년 문재인 대표 체제의 ‘김상곤 혁신위’처럼 혁신안 발표 후 “혁신은 실패했다”는 반명의 공격 빌미를 제공한다. 냉정하게 예측하면 ④ ② ③ ① 순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

친명의 총선 구상은 세 가지다. ①이재명 대표 체제로 치른다 ②불가능하다면 ‘친명 비대위’로 전환한다 ③둘 다 어렵다면 ‘분당’도 불사한다. 반대로, 반명의 총선 시나리오에는 이재명 대표 체제나 친명 비대위로 총선을 치른다는 구상은 없다. ①모두가 동의하는 비대위는 받아들일 수 있다 ②이재명 대표가 물러날 의사가 없다면 선제적으로 이재명 체제를 붕괴시킨다 ③둘 다 실패하면 어쩔 수 없이 탈당한다. 반명의 시나리오는 단순하다. 분열을 막으려면 비대위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결국 친명과 반명의 교집합은 ‘비대위’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 상황은 정치적 협상을 통해 비대위로 연착륙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 그보다는 친명의 ①번 시나리오와 반명의 ②번 시나리오가 정면 충돌하면서 공중 분해되거나 경착륙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혁신위의 불체포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요구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다시 왔을 때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이다.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찬성 139, 반대 138, 기권 9, 무효 11표로 겨우 10표 차로 부결됐던 것을 감안할 때, 2차 체포동의안이 오기 전 정치적 타협, 즉 비대위 전환에 실패한다면 이번에는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

◇승리의 조건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최소한 두 개의 난제를 풀어야 한다. ①분당을 막아야 하고 ②지지층의 투표 이탈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①과 ②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담대한 혁신’이다. 다만 ‘심리적 분당’ 상황에서 거기까지 갈 계기성을 찾기는 힘들다. 혁신안이 반명의 무기가 되고,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가 친명 강성 지지자들의 반명·비명을 향한 적대감과 혐오의 창구가 되는 상황이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야심 차게 시작한 블루웨이브가 레드웨이브로 혼탁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됐다”며 개탄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체제 유지나 비대위 도입 등 정치적 타협으로 분당을 막고 총선을 치른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치른 2007년 대선(63% 투표율)과 ‘통합민주당’으로 치른 2008년 총선(46% 투표율) 모두 참패했는데 극히 낮은 투표율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에서 대거 이탈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명에 들어 있는 통합은 역설적으로 분열을 상징한다. 민주당이 그 전철을 밟으면 승패는 물어볼 것도 없다.

정치적 난제는 정치력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게 가장 좋지만 지금 민주당엔 그런 리더십이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표, 이낙연 전 대표가 모두 공격의 대상이 된 상황이라 문제를 해결할 권위를 잃었다. 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밖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상자 밖에서 생각하기’가 필요한 시간이다. 담대한 혁신은 ‘고정관념’과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상자 안 생각’을 버리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벌이는 ‘상자 밖 생각’에 당의 운명을 맡기는 역사적 결단이다.

◇혁신 없는 민주당

지금 민주당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나 ‘콜럼버스 달걀’처럼 완전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 밖에서 다른 시각으로 민주당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 해결책을 맡기고, 상상할 수 없는 사람과 손을 잡고, 완전히 다른 당을 만들어야 복잡한 난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용어 설명

민주당 ‘1호 혁신안’이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및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을 말함. 혁신위는 이재명 대표가 6월 19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자 나흘 뒤인 같은 달 23일 1호 혁신안을 채택.

‘블루웨이브’는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 이재명 지도부가 당 상징색인 파란색의 물결을 이뤄내겠다는 취지로 만듦. 하지만 강성 친명들이 상대를 비난·혐오하는 창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옴.

■ 세줄 요약

불체포동의안 : 반명 의원 31명이 집단 선언한 불체포특권 포기는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강한 압박이자 권력투쟁.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승부수 아닌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커져.

분당의 트리거 : 친명·반명이 정치 협상을 통해 비대위로 연착륙할 전망 희박. 오히려 반명은 선제적으로 이재명 체제를 붕괴시키려 할 가능성 커지는 상황.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 처리가 분당 트리거가 될 수도.

승리의 조건 : 분당이나 지지층 이탈을 막는 것은 물론, 담대한 혁신까지 이뤄내야 민주당이 총선 승리를 꾀할 수 있어. 지금 민주당은 그런 통합의 리더십도, 체제 연착륙 가능성도 없는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져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