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맞고, 극단선택까지… 교권이 사라졌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교문 밖까지 줄이은 추모 화환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지난 18일 이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담임교사를 추모하는 근조 화환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초6 학생이 담임 얼굴 폭행
교실서 초등교사 숨진 사건도
교원단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학교 현장에서 교권 붕괴가 심화하면서 교사들의 휴직·퇴직 등 현장 이탈이 속출하는 것은 물론, 극단적 선택 기로에 몰리고 있다는 교육계 호소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사건에 대해서도 업무 관련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교원단체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오전 300여 개의 추모 화환이 빼곡히 들어선 해당 학교 앞에서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국화를 든 채 추모행사를 할 예정이다.

이날 대구 한 초등학교의 교사 A 씨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담당 학급 내 아이로부터 언어폭력과 위협을 당하고, 이를 학부모에게 알렸지만 지속적인 민원 제기로 2차 피해를 입어 결국 지난달 학교에 휴직계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어느 날 아이가 욕설하는 걸 지적했더니 화장실에서 변기 뚜껑을 뜯어와 던질 듯 위협하면서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학부모는 오히려 계속 학교에 전화를 걸어 아이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약을 챙겨 먹여달라고 요청하는 등 정상적으로 교육활동을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 B 씨가 제자에게 얼굴 등을 수십 차례 가격당하는 등 폭행을 당해 교사가 학교에 출근하지 못한 채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생(학부모 포함)에게 폭행을 당한 교사는 1133명에 달했다. 전국 교권 침해 심의 건수 또한 2020년 1197건에서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 선택 사건을 두고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잇달아 “수사 및 교육 당국의 철저한 진상 조사 및 수사를 요구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날 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의 사망 원인을 아직 특정할 수 없지만 사망 장소를 집이 아닌 학교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업무 관련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