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 예금 221억, 신고 안했더니”…벌금이 강남 아파트 한 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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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조세조정법 위반, 25억 원 벌금형 선고
관할 세무서로부터 과태료 20억 원도 부과

해외 계좌에 들어있는 거액의 예금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기업가에게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에 버금가는 벌금이 내려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국제조세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 A(74)씨에게 벌금 25억 원을 선고했다. 벌금 규모가 웬만한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에 해당한다.

A씨는 1990년대 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패션 관련 제조업체를 창업해 성공한 사업가다. 그는 2016년 스위스의 한 은행에 1783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221억 원)을 예치해 놓고 이를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았다. 국제조세조정법에 따르면 해당 연도의 매월 말일 중 하루의 잔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해외 금융계좌를 가진 국내 거주자는 다음 연도 6월에 이를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A씨는 형사재판과는 별도로 지난해 6월 관할 세무서로부터 20억 원의 과태료도 부과받았다. A씨가 해외 예금을 신고하지 않았다가 받은 벌금과 과태료만 무려 45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재판부는 "A씨가 국내 자금을 해외로 불법 유출했다거나 의도적으로 이 잔액을 숨기려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판결에 대해 A씨는 항소장을 제출했다. 국제조세조정법은 신고 의무 위반으로 형사 처분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이 벌금형이 확정되면 A씨는 25억 원의 과태료 납부 의무에서는 벗어나게 된다.

임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