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 청량리 집값, 강북서 홀로 훈풍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왼쪽)과 효성해링턴(오른쪽).

‘역전 집창촌’ 이미지는 옛말
초고층 빌딩·거주공간 탈바꿈
GTX 호재에 정주여건 개선

대장아파트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84㎡ 12억대에 거래돼

“30평대 분양권은 최소 15억~16억 원은 줘야 해요. 15억 원짜리 매물이 있었는데 전세로 돌리고 더 갖고 있겠다고 해서 거둬들였어요.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거의 없는 셈이죠.”

지난 2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동부청과시장을 재개발한 1152가구 주상복합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입주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2019년 전용 84㎡가 8억~10억 원대에 분양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마피 거래가 쏟아졌었다. 하지만 올 들어 몇 달 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공인중개업체에 따르면 최소 5억 원이 넘는 프리미엄이 붙은 거래가 이어지고 있었다. 최고 65층으로 강북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에 속하는 롯데캐슬 SKY-L65도 전용 84㎡가 5억 원 넘는 프리미엄에 시세가 형성돼 있었다.

용산역과 함께 과거 한때 ‘역전 집창촌’ 이미지로 여겨졌던 청량리역 일대가 면모를 일신해 상전벽해를 거듭하고 있다. 청량리역 일대는 빽빽한 초고층 빌딩과 거주 공간으로 탈바꿈해 과거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부분의 강북 지역 부동산이 여전히 보합권에 있지만 청량리 부동산만큼은 나 홀로 훈풍이 불고 있다.

대장주로 평가되는 래미안크레시티(2013년 입주) 84㎡는 최고점이었던 2021년 17억 원에 실거래된 이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10억 원대 거래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12억 원대 상승 거래가 등장했다. 현재 나온 매물의 호가는 12억9000만~14억 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 7월 롯데캐슬하이루체(청량리 7구역) 59㎡가 유상옵션을 포함해 9억 원에 달하는 분양가에도 242 대 1로, 올해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량리역 일대가 상승하고 있는 배경에는 열악한 교통망과 노후 주거지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아온 서울 동북권의 정주 여건이 청량리 개발을 통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 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청량리 개발은 청량리역 일대 1㎞ 내 정비 사업만 17개일 정도로 대규모로 진행된다. 이 중 6개 만이 완료돼 개발은 아직 절반도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2028년 예정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 개통이 다가오면서 청량리의 환골탈태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역에는 GTX B 노선도 관통할 예정으로 강남 삼성역, 서울역과 함께 3대 GTX 더블역세권이 된다.

정비 사업 업계 전문가는 “현재도 청량리역은 1호선과 분당선, 경의중앙선과 KTX가 지나는 교통의 요지이지만 광화문을 제외한 서울 주요 업무지역으로의 이동은 불편하다”며 “GTX 개통으로 경기 남부와 강남 접근성이 좋아지고 수도권 유동인구까지 흡수하면서 서울 동북권 일대의 정주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