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해외선 명성… “카르텔 없어 원칙시공”

설계·시공·감리 제대로

K-건설이 세계에서 1등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굵직굵직한 해외 사업을 따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처럼 후진국형 부실시공이 잇따르고 있다. 철저하게 관리되는 해외 공사와 달리, 국내에서는 학연·혈연·지연 등으로 얽혀 전관예우, 봐주기 관행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한국 건설사들의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173억 달러(약 22조49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진출국가 수는 81개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본격화하면 세계 각국에서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아온 한국 건설사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선 신축 중이던 아파트가 무너지거나(광주 화정 아이파크) 무량판 기둥 철근 누락(LH·GS건설) 등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부실공사는 해외 공사 현장에선 원천적으로 생기기 어렵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건설현장에는 설계, 시공, 감리의 3각 시스템이 팽팽하게 작동하고 학연·지연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며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즉각 공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상황은 딴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계는 서로 얽히고설켜 사업 환경이 느슨하고, 서로 봐줘 가면서 편안하게 돈 버는 분위기가 굳어져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번에 철근이 빠진 LH 아파트 15개 단지의 감리회사 중 한 업체는 여러 명의 전관을 보유하고, 지난 5년간 LH 용역을 451억 원어치나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15개 단지 감리회사 중 10곳은 ‘감리 미흡’으로 LH로부터 벌점을 받고도 사업을 추가 수주했다. 손태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업의 주체들이 프로 의식 없이 대충대충 해왔던 게 사달이 났다”며 “제도 보완도 필요하겠지만, 잘못된 건설 문화 자체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