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 성관계보다 ‘남성의 자존감’ 되찾기 위해 먹는 약” [M 인터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성의학의 권위자인 김세철 박사가 지난 1일 서울 명동 이윤수&조성환 비뇨기과의원 진료실에서 한국인 남성 전립선의 평균 크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M 인터뷰 - 국내 남성의학 개척자… 비뇨기과 김세철 박사

발기 의미 다룬 2006년 논문
바이오 의학분야서 인용 1위

보양식은 효과 있다 해도 미미
말 그대로 보조제, 지나치면 독
90대 강한 충동없을 뿐 성욕 있어
당뇨 · 고혈압 없게 건강 저축을

소변 참으면 병 · 물 많이 마셔라?
비뇨기 상식 중 잘못된 것 많아

인터뷰 = 이용권 사회부 차장 freeuse@munhwa.com

“성(性)은 사람들의 기본적 욕망이라 그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성행위는 건강에서 보면 종합 예술입니다. 성 기능은 신체와 정신이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기능이거든요.”

국내 원로 비뇨의학과 의사 김세철 박사는 입 밖으로 꺼내기 부끄러운 주제인 성 이야기에 대해 내내 명쾌했다. 최근 온라인과 방송가에서 거침없는 성 이야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비뇨의학과 전문의 ‘꽈추형’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앞서 성의학, 남성의학을 활발하게 대중에게 알린 건 김 박사가 한참 먼저다. 꽈추형에 비유한다면 김 박사는 ‘꽈추 할아버지’쯤 될 듯하다. 김 박사는 국내에 남성의학을 들여오고, 개척한 인물이다. 지난 1일 서울 명동 이윤수&조성환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보고 있던 남성의학의 대가 김 박사를 만나 많은 남성이 궁금해하지만 물어보기 어려운 진짜 성 이야기들을 나눴다.

―성의학, 남성의학은 무엇인가.

“남성의학에선 성기,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발기다. 당시엔 발기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체코의 혈관외과 의사가 혈관 이식 수술을 위해 혈관 확장제를 넣었는데, 발기가 나타난 현상을 발견했다. 이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고, 그 과정을 생리적으로 규명하면서 개발된 것이 발기부전 치료제인데 혈관 확장제를 성기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그 당시엔 의학의 마지막 남은 미지의 분야가 성의학이라고 했다.”

―지금은 주사제보다는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더 잘 알려져 있다.

“처음 주사약이 시작이었는데 그보다 더 일찍 개발된 것은 수술이다. 성기 속에 보형물을 집어넣어서 인위적으로 발기를 시키는 거다. 그러다 주사약이 나왔고, 큰 인기를 얻었다. 더 좋은 주사제들이 나와서, 저도 제약회사와 임상시험을 해서 효과가 좋은 발기부전 주사약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채 6개월도 안 돼 그 유명한 ‘비아그라’가 나왔다. 내가 만든 주사제는 빛도 못 보고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이 먹는 약을 선택하니까. 그래도 먹는 약 복용 후 효과가 없는 사람이 20∼30% 되는데, 그런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게 주사 요법이다. 그것조차 듣지 않는 사람은 보형물 삽입 수술을 마지막 단계에서 한다.”

―성의학은 결국 남성 발기부전 치료의 개념으로 보면 되나.

“그렇다. 주 고객이, 주 소비자는 60세가 넘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실 과거에는 60세 넘은 사람이 무슨 성생활을 하냐는 것이 통념이었다. 젊은 사람들도 60세 넘은 사람들이 성 이야기를 하면 주책없다고 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세계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비아그라를 개발한 화이자 사에서 전 세계 2만 명의 60대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성 인식에 대한 조사를 했다. 그때 우리나라도 포함됐고 아시아 지역의 연구책임자가 나였다. 연구를 통해 60대도 정말로 성생활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발기와 관련된 연구를 많이 하셨는데, 기억나는 연구는.

“제가 2006년에 발표했던 연구 중 전 세계 바이오 의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이 있었다. 그 논문 주제는 ‘남자에게 새벽 발기의 의미’다. 성관계를 위해서 새벽 발기를 원하는 게 아니었다는 결과다. 당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게 한 뒤, 이 약을 먹는 의미가 뭔지를 조사했는데 ‘남자로서 자신감을 더 많이 갖게 됐다’는 게 가장 많았다. 자존감이다. 성관계와 관계없었다. ‘더 건강해진 것 같다’ 등 상당히 긍정적인 그런 반응을 보이더라.”

―발기부전은 왜 생기는 건가?

“발기부전의 가장 초기에 일어나는 장애는 혈관 내피세포 기능의 이상이다. 성기 외피는 혈관 근육이고 막에 내피세포가 있다. 성적 흥분을 하면 여기에서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이 나온다. 동맥경화 등 혈류장애가 있으면, 성적 흥분이 있어도 이런 물질이 잘 나오지 않는다. 동맥경화는 전신질환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올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당뇨가 있는 사람,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 비만증이 있는 사람,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동맥혈증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당뇨병은 비단 혈류뿐만 아니라 말초 신경병을 가져온다. 성적 흥분을 느끼면 신경으로 전달돼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거다.”

―남성 성 기능을 강화해준다는 건강기능식품도 많은데 효과가 있나.

“식품은 약이 아니다. 건강식품에 효과가 있다고 해도 아주 미세한 효과가 있는 거다. 먹으면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약이다. 건강식품은 꾸준히 먹어야지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한 달 안에 효과 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보조하는 역할이다. 음식도 마찬가지. 남성에 좋다는 성분이 전체의 1% 있다고 하면, 99%는 내 몸에 필요 없는 거다. 그러면 많이 먹어야 하는데, 그럼 99% 때문에 오히려 해악, 과잉이 될 수도 있다.”

―보양식처럼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비뇨의학 상식도 있나?

“많다. 대표적인 게 소변은 참으면 병이 된다는 건데, 참으면 병이 되는 게 아니다. 방광은 소변이 가득 찰 때까지 편하게 늘어난다. 보통 300∼400cc 차는데 소변이 200㏄ 넘으면 약간의 요의를 느낄 수 있지만, 소변을 꼭 누어야 할 시점은 아니다.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소변을 참으면 해롭다는 이야기는 용적이 400㏄인데, 500∼600㏄까지 참을 때다. 그거는 해롭다. 자주 화장실을 가게 되면 방광이 예민해지고, 방광 근육도 두꺼워진다. 그럼 소변이 반의반도 안 찼는데 요의가 생기게 된다. 방광은 가득 찬 상태에서 소변을 참는 건 어렵지만, 반도 안 찬 상태에서 참고 그 순간이 지나면 전혀 요의 생각이 없어진다. 적어도 2시간은 참아야 한다.”

―또 다른 게 뭐 있을까?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 물론 물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다. 그런데 본인 나이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 몸에 필요 없는 것을 과하게 먹으면 내 몸이 다 배출시켜 버린다. 물을 많이 먹으면 그만큼 화장실을 자주 갈 수밖에 없다. 하루에 1ℓ를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 1ℓ라는 절대치가 나올 수 없다. 키가 큰 사람, 작은 사람, 뚱뚱한 사람, 홀쭉한 사람 등 다 물 섭취 용량이 다르고, 여름과 겨울이 다르다. 소변 배출이 1600㏄ 정도 나오도록 물먹는 양을 맞추는 게 좋다. 정상인 기준으로 하루에 6번 내지 8번 정도가 소변 보는 횟수다.”

―건강한 성생활을 위한 조언은.

“대단한 게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쉬운 거다. 가장 중요한 원인이 대사증후군이라고 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증. 이런 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젊었을 때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건강을 저축하는 거다. 남성호르몬이 30세를 정점으로 해마다 1%씩 감소하지만, 죽을 때까지 남성호르몬 생산이 중단되는 일은 없다. 90세가 된 사람도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면 성욕이 있다. 젊었을 때만큼 자주 강력한 충동이 안 생길 뿐이지 성욕은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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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 성병진료과’ 인식 강했지만, 남성의학 미래 믿고 전공 선택

■ 김세철 박사는…

김세철 박사는 성기능 장애 등 대한민국 남성의학 최고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김 박사가 비뇨의학을 선택했을 때만 해도 성병 진료과라는 인식이 강했다. 김 박사는 “전공의 시절 대학병원 외래 환자의 한 절반가량은 성병 환자였다”고 했다. 이로 인해 비뇨의학을 전공한 의사에 대한 인식도 좋진 않았다고 한다. 김 박사는 “선을 봤는데, 비뇨기과 의사라고 하면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실제 김 박사도 현재의 아내와 교제 당시 장인이 비뇨기과 의사인 자신과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했다. 의대 동기인 아내의 사촌 오빠가 성병과 무관하다는 설명 끝에 결혼을 허락했다고 한다.

김 박사가 세부전공으로 남성의학을 선택했을 때도 주변에선 의아해했지만, 언젠간 남성의학이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 결정했다. 김 박사는 “미국 학회장에 가면 인원 제한을 위한 유료 강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매진되는 강의는 남성의학 분야였다”고 했다. 현재는 인식이 달라졌고, 환자 유형도 바뀌었다. 김 박사는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위생 상태가 좋아져 성병 환자가 줄어들었고, 이차적으로 부유해지다 보니 대사 장애 질환, 고령화가 되면서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1946년 대구에서 태어나 1971년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1980년부터 중앙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앙대 초대 의무부총장과 용산병원장, 중앙대병원장, 중앙대의료원장, 관동의대 명지병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명동 이윤수&조성환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 대한비뇨의학회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 학술상 이름도 ‘김세철 학술인상’이다. 김세철 학술인상은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비뇨의학회 이사장과 회장을 지낸 김 박사의 이름을 딴 학술상이다.

한국 전립선-배뇨관리협회 회장으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1995년 협회 창립 때부터 관여했다. 당시 일반인이 잘 모르던 전립선에 대해 제대로 알리기 위해 발족된 조직이다. 협회는 창립 이후 현재까지 404곳의 보건소 순회검진을 통해 5만9966명을 진료했고, 20여 회의 지역검진을 통해 5296명을 치료했다. 또 42차례 도서 벽지 지역을 찾아 2만2531명의 지역주민에게 진료 혜택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