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중위소득 인상과 약자복지의 길[문화논단]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빈곤불평등연구실장

매년 7월이면 우리나라 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이 발표된다. 기준중위소득은 빈곤층 지원사업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 기준이며, 생계급여의 지급 기준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73개의 복지사업에 영향을 주는 만큼 기준중위소득은 최저임금과 함께 빈곤층에 대한 중요한 복지 기준이다.

이러한 중요성에 따라 매년 7월이면 기준중위소득을 현실화해 달라는 시민단체, 빈곤층 등의 요구와 재정,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보수적 입장이 대립해 왔다. 대립이 장기화하며 기준중위소득 결정 이후에도 저마다 욕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신마저 짙어져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달 28일 기준중위소득이 발표됐다. 기준중위소득이 현실화하기 바라는 빈곤층의 요구 속에서 이뤄진 발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 발표와 다르게 두 가지 측면에서 뜻밖의 결과를 마주하게 됐다.

하나는, 올해 기준중위소득 인상은 지난해 4인가구 기준 5.47%보다 높아진 6.09%로 2015년 맞춤형 급여 개편 이후 최대였으며 두 해 연속으로 높은 인상률을 보여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빈곤층에는 더 나은 생활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하나는, 생계급여 선정과 급여기준이 7년 만에 기준중위소득 30%에서 32%로 약 6.6% 인상됐다. 발표된 기준중위소득 6.09%(4인가구)에 더해 선정 기준 인상 효과 6.6%가 더 인상됨으로써 4인가구 기준 13.16%라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고의 인상률이 발표된 것이다. 이를 통해 생계급여 문턱에서 소외되던 약 3만8000가구를 포괄할 수 있게 됐다.

최근 1인가구는 규모가 4인가구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생계급여 수급자 중 1인가구 비중이 80%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1인가구 기준중위소득은 4인가구보다 높은 7.25%가 증가했으며, 생계급여 인상을 포함하면 14.40%로 높아져 말 그대로 취약하고 어려운 계층의 보장성이 강화된 것 또한 의미가 깊다. 여기에 주거급여 기준도 기준중위소득 47%에서 48%로 1%포인트 인상됐으며, 교육급여도 최저교육비의 100%까지 인상하는 개편안도 함께 발표되면서 올해의 기준중위소득 인상은 그 어느 해보다 의미가 컸다.

이제, 3년여에 걸쳐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웠던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의 출구 앞에 섰다. 송파 세모녀, 수원 세모녀 등으로 대변되는 비수급 빈곤층과 은둔·고립형 외톨이, 영케어러(가족돌봄청년), 자립준비 청년, 과다채무보유자 등 새로운 취약계층을 포괄할 수 있는 새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단순한 지원 강화를 넘어 다른 사회보장제도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야 한다.

2003년 4인가구 최저생계비가 103만 원으로 처음 100만 원을 넘어섰다. 20년이 지나 2024년 생계급여와 주거급여(1급지, 서울)를 합할 경우 1인가구 급여가 100만 원이 넘으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빈곤층 보호 강화 속에서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관계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준중위소득 변화는 주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약자복지 강화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6.09%로 인상된 기준중위소득과 생계급여 최저보장 수준 인상 발표를 반기면서, 이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향후 사회보장제도의 장기적인 틀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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