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라도 찾으면 장례 치를텐데”… 속타는 ‘예천 산사태’ 실종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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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 2명 수색 한달째

“집 휩쓸려 아버지 물건도 없어”
가족들 경제적 어려움 호소도
경북소방, 드론·보트 동원나서

예천=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옷이라도 찾으면 장례를 치러서 보내 드릴 텐데….”

경북 북부지역 산사태 발생 한 달을 하루 앞둔 14일에도 소방 당국의 수색작업(사진)이 계속됐지만 실종된 주민 2명의 행방이 묘연해 가족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지난달 15일 산사태 등으로 25명이 숨지고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김모(71) 씨와 윤모(여·73) 씨는 실종됐다. 소방 당국도 실종자가 발생한 마을에서 하류 160㎞ 떨어진 낙동강 고령군 강정고령보까지 수색 중이지만 발견되지 않으면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종된 주민 김 씨의 아들(36)은 “산사태로 집이 통째로 사라지면서 아버지 물품은 아무것도 없다”며 “아버지를 찾는 게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지만 옷이나 신발 등 무엇이라도 발견하면 보내드리고 싶은데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당시 새벽에 마을을 덮친 산사태로 전기가 끊겨 암흑천지 상태에서 쓸려 내려가다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아버지는 순식간에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8년 전 아버지와 서울에서 이 마을로 이주해 친환경 바이오 오일을 판매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실종과 집, 사업장 등을 모두 잃으면서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종된 윤 씨의 남편 이모(75) 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무엇이든 찾았다는 소식을 접하면 좋을 텐데”라고 목소리를 흐렸다. 그는 “집에 있던 아내는 구조할 틈도 없이 산사태에 휩쓸렸다”고 말했다. 그는 6년 전쯤 귀농해 아내와 함께 사과농사(약 1만8000㎡)를 지었다. 경북소방본부는 그동안 군, 경찰과 함께 실종자 수색작업을 했으나 이날부터는 자체적으로 하루 150여 명의 대원과 드론, 보트 등을 동원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고라니 사체 20여 마리를 찾을 정도로 실종자가 발생한 마을과 인근 하천 등을 샅샅이 훑었지만 발견되지 않았다”며 “하류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보고 실종자 발생 마을에서 69㎞ 떨어진 상주시 상주보와 160㎞ 거리의 낙동강 강정고령보 사이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