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300원 올라 부담… 고물가 더해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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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버스요금 인상 첫 출근날

시내버스 300·광역 700원↑
“한달 교통비만 10만원 넘어”
버스 기다리는 시민들 시름
일부 “인상 늦은 것” 목소리도

"한 번에 300원 올리는 건 부담돼요. 가뜩이나 시민들 먹고살기 힘든데 조금씩 올리는 게 맞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14일 오전 7시 서울 성동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배모(57)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직장이 지하철역과 멀어 주로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배 씨는 앞으로 교통비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난 12일부터 서울 시내버스 요금이 2015년 이후 8년 만에 1500원으로 300원 인상되면서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14일 오전 찾은 10여 곳의 버스정류장에는 버스 요금이 인상된다는 시내버스 운임 조정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중구의 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박모(69) 씨는 “안내문을 보고 나서 요금이 인상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100원 정도 올린 것도 아니고 너무 한꺼번에 올려서 교통비 부담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환승을 위해 버스에서 내린 후 다음 버스를 기다리던 40대 김모 씨는 “300원이라고 하더라도 한 달로 계산해 생각해보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요금 조정으로 700원이 올라 편도 버스값만 3000원이 됐다.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서 내려 다음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던 이모(25) 씨는 “경기에서 출퇴근하기 위해선 광역버스를 타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번 인상으로 한 달 교통비만 10만 원이 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김모(25) 씨는 이번 요금 인상에 대해 요즘 물가가 모두 오르는 상황에서 체념하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너도나도 올리는 마당에 앞으로 요금을 내릴 일은 없지 않냐”면서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오히려 인상을 늦게 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버스 요금 인상으로 교통비 부담이 가중하면서 시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대다수지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버스 적자 문제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의 누적 부채는 8983억 원에 달한다. 1인당 운송적자는 658원으로, 승객 1명을 태우고 운행 시 해당 금액만큼 손해를 보고 있었다. 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300원 인상할 경우 지하철은 연평균 3162억 원, 버스는 2481억 원의 적자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지난 12일부터 일반 카드 기준으로 서울 시내버스는 간·지선 1500원, 순환·차등 1400원, 광역 3000원, 심야 2500원, 마을버스 1200원으로 조정됐다. 인상 폭은 간·지선버스와 순환·차등버스, 마을버스는 300원씩이고 광역버스는 700원, 심야버스는 350원이다. 서울 지하철 요금도 오는 10월 7일부터 카드 기준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된다. 내년 하반기에는 150원 더 오른 1550원이 될 예정이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