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부 늑장·허술 대처에… ‘분노’ 번지는 하와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군 투입 미국 하와이주 방위군 소속 부대원들과 수색구조 전문 공군 병사들이 지난 10일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에서 산불로 전소한 건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산불로 최소 93명이 사망하고 약 2200채의 건물이 소실돼 피해 복구에만 6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UPI 연합뉴스

■‘최악 산불’ 최소 93명 사망

실종자 1000여명… 사망 늘 듯
마우이 주민 1418명 대피소에
‘재난지역’ 선포 불구 대처 느려
자원봉사자들 구호지원 팔걷어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8일 발생한 산불로 사망자가 최소 93명에 이르고, 1000여 명이 실종되고 2200채 이상 건물이 소실된 가운데 정부 당국의 허술한 재난 대응과 함께 자원봉사자들보다도 느린 구호지원에 주민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105년래 미국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산불로 기록됐지만 전체 피해 지역의 불과 3%만 수색작업이 완료돼 희생자 수는 더 커질 전망이다.

13일 뉴욕타임스(NYT)·CNN 등에 따르면 산불의 집중적 피해를 입은 라하이나 등 마우이섬 서부 일대는 마우이 카운티에서만 주민 1418명이 긴급대피소에서 생활하는 등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문제는 가까스로 화마를 피한 주민들도 전력과 통신 등이 차단되면서 발전기나 차량 가동에 필요한 휘발유와 식수·식료품 등을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대상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마우이섬의 다른 지역에서 온 자원봉사자나 교회·지역사회단체들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일 하와이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신속한 복구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지에서는 정부 당국의 발 빠른 지원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실제 주민들은 라하이나 북쪽 나필리공원에 마련된 임시배급소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아닌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생수, 통조림, 기타 생필품 등이 담긴 긴급 구호물품을 받아가고 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구호물품은 빠르게 바닥을 보이는 상황이다.

다른 주민들을 돕기 위해 뛰어든 폴 로메로는 NYT에 “세금을 많이 거두는 우리 정부 대응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연방 정부와 주·카운티 정부는 구호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이다. 리처드 비센 마우이 카운티 시장은 “정부가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부가 상점으로 달려가 물건을 구매해 가져다 놓는 일반 시민들보다 아마 느리게 움직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주말 동안 하와이 상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브리핑받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디앤 크리스웰 재난관리청장을 비롯해 로리 무어 머렐 소방청장, 프란시스코 산체스 주니어 중소기업청 부청장 등을 하와이에 파견해 피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또 정부는 이날 뒤늦게 주 방위군 200명을 구호품 수송, 현지 질서유지 등에 투입했다.

한편 사망자 93명 가운데 단 2명만 신원이 확인된 상태로 현지 경찰은 신원확인을 위해 실종자 가족은 관계기관에 연락해 DNA 검사를 받아줄 것을 촉구했다. 재산피해 역시 천문학적인 규모다. 마우이섬 서부에서만 약 2200개 건물이 소실돼 피해 복구에 60억 달러(약 7조98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