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FTA 시대’ 위기를 기회로… 농민보호 강화·신사업 나서야”[FTA 경쟁력, 농업의 미래산업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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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경쟁력, 농업의 미래산업화 이끈다

(8)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진단과 대책’ <끝>

기후 변화·우크라 전쟁 등에
경제이익 위한 ‘블록화’ 가속
CPTPP 관세 철폐율 96.4%
한국 농산물시장 추가개방 우려

정부, 농어업인지원책 팔걷어
2008년부터 13년간 34조 집행
직접적 피해보전대책 등 보완
정부 “식량 안보 강화에 노력”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이어 지역·관심국 간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활성화에 따른 시장개방 확대 압력까지 우리 농업·농촌에 전례 없는 도전과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특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 이후 지난해부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도 추진되면서 우리 농업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이에 다수의 양자 FTA 체결 이후 농어민 지원 대책을 시행해온 정부 역시 향후 농업 경쟁력 제고와 농업경영 소득 증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통상환경 급변과 산재한 대내외 변수에 대응, 농식품 분야 부담 최소화와 이익 극대화,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정교한 추가 정책 수립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권호영 기자

◇추가개방·검역완화·유전자변형농산물 수입확대…‘메가 FTA’ 시대 커지는 위기감 = 글로벌 통상은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가 약화하고 경제적 이익 중심의 지역주의와 블록화가 확산하고 있다. 미·중 갈등 지속, 경기 침체, 우크라이나 사태와 기후 변화로 공급망과 환경이 새로운 통상 이슈로 대두되면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심화하고 있고 자국 이익을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통상 규율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우리 농업과 농촌을 둘러싼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59개국과 21건의 FTA를 체결·발효했다. 필리핀의 경우 타결 후 국내 절차가 진행 중이다. 에콰도르, 걸프협력회의(GCC) 등 6건의 신규 협상, 칠레 등 2건의 개선 협상도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IPEF와 CPTPP 등 신(新)메가 FTA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거나 추진이 예정되면서 농업 분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 요구 목소리가 높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호주 등 14개국이 참여하는 IPEF의 경우 △위생·검역 △식량 안보 △농생명공학 △지속가능한 농업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농업계는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치 완화나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비롯한 농업생명공학기술 관련 협력 강화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CPTPP도 현재 국회 보고 절차가 남아 있는 등 가입 신청이 늦춰지고 있지만 가입국 평균 농산물 개방 정도가 관세 철폐율 96.4%에 달하는 만큼 추가적 농산물 시장 개방요구 여지 때문에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

◇FTA 대책으로 국산 품종 보급률 끌어올린 노하우, 앞으로도 적극 활용 = 정부는 ‘FTA 농어업법’ ‘통상조약법’ 등을 통해 FTA 협정 이행으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인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농어업인지원 종합대책(국내보완대책)’을 시행해 왔다. 2004년 체결된 칠레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중국, 베트남, RCEP 등 9건의 FTA에 대해서는 대책이 마련돼 있는 상태다. △직접피해지원 △품목별 경쟁력 강화 △근본적 체질 개선으로 구성돼 있다. 2008∼2021년 39조639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34조6048억 원을 집행했다. 집행률이 88.6%다. 이를 통해 원예·축사시설 현대화, 농업인교육·컨설팅, 연구·개발(R&D) 등 투·융자 지원과 함께 직접피해지원제도 지급기준 완화, 농어촌상생기금 신설, 세제지원 등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일련의 FTA 대책들은 농산물 생산성·품질 향상, 유통 효율화, 농가경영 안정화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2008년 54%였던 한우 1등급 이상 출현율은 2016년 69.3%, 2020년 74.1%까지 치솟았다. 주요 품목의 국산 품종 보급률도 같은 기간 25.3%에서 51%, 64.4%까지 올랐다. 전업농 비율도 한육우의 경우 1990년 0.2%에서 2016년 15.9%까지, 돼지의 경우 0.3%에서 64%까지 뛰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5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차 농업통상전략포럼’ 실무위원회를 개최해 농업인 단체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현황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민보호 장치 강화로 대내외 파고 넘어 실익 챙겨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계는 폐업지원제나 피해보전직불제 등 직접적인 피해보전대책이 아직 미흡하고, FTA 대책 수립 시 신규 사업 도입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IPEF나 CPTPP 등 급변하는 통상 환경은 이 같은 농업계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모색 중이다. IPEF의 경우 1차 협상이 지난해 12월 개최된 후 4번의 협상이 진행됐으며 9월 중 5차 협상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9월 협상 후 농업통상전략전문가 포럼, 실무위원회를 통해 협상 동향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할 방침으로, 국내 농업 민감성이 큰 만큼 이를 감안해 협상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CPTPP도 회원국과의 비공식 협의·국내 제도 정비 등을 추진하는 한편, 농업 분야에 대해서는 동식물 위생·검역 역량 강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 등을 핵심으로 하는 대응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당한 검역주권 확보, 농업환경과 농산물 시장 및 국민 먹거리 안전 등을 고려해 신중히 대응하겠다”며 “주요 식량에 대한 상대국의 수출 제한을 규제하는 등 공급망 확보를 통한 식량안보 강화와 우리 농산물 수출과 관련된 비관세장벽 완화를 통해 우리 농산물의 수출 기회 확대 등 실익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RCEP 피해’ 1580억 지원예산 편성… 과수·차 등 경쟁력 확보·수요 확충 노력

■ 국내 농업 보완대책 현황

지난해 1월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경우 대표적인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디지털 경제협력에 유용한 메커니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여타 FTA와 마찬가지로 농업 분야의 경우 향후 20년간 생산액이 총 1531억 원 줄어드는 등 일정 수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에 RCEP과 기존 FTA에 따라 누적된 시장개방 효과 등을 고려해 피해 분야 경쟁력 강화, 국산 농산물 수요 기반 확보, 시장 접근성 개선을 통한 수출 확대를 중심으로 대책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의 ‘FTA 국내보완대책 수립 현황’에 따르면, RCEP 체결에 따른 지원 규모는 10년간 1580억 원이다. 총 피해 규모 1531억 원에 상응해 편성했다. RCEP 협정 타결로 두리안·망고스틴 등 아세안산 과일류 수입이 늘면서 국내 과일 소비대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일 대체재인 과채류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산 녹용, 일본산 가공용 미곡, 아세안산 차류도 우리 농업에 피해를 끼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보완대책은 피해 분야로 예상되는 과수·과채, 차·녹용 경쟁력 확보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산지 중심 과실전문생산단지 기반 조성, 과원 시설·장비 개선 및 품종갱신 등 고품질 시설 현대화, 노후온실 시설·장비 현대화 및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확산, 자조금 등 생산 기반 투자 확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후변화 대응력 제고를 위한 재해 대비 강화 및 연구·개발(R&D)도 시행한다. 차 전문단지를 육성하고 관광과 연계하는 한편 녹용 품질 규격화·차별화 및 산업정보 조사도 추진할 예정이다.

누적된 시장개방 효과를 고려해 국산 농산물의 안정적 수요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국내 수요 기반을 넓히기 위해 초등학교 과일간식, 농식품 바우처 등 먹거리 지원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본사업 추진을 검토한다.

FTA로 인한 피해 지원에서 나아가 우리 농업 이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FTA 활용 방안도 강구한다. 신남방 국가를 중심으로 우리 수출 유망 품목인 딸기나 포도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생산-유통-판매 등 전 단계에 걸쳐 체계적 지원을 통한 수출 신선농산물 프리미엄화 및 현지 맞춤형 홍보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 제작지원 ／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