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 ‘탈출→사살’ 반복… “화이트리스트 도입 시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포획된 침팬지(왼쪽 사진)와 14일 경북 고령군 사설 사육시설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암사자. 연합뉴스

10년간 수입된 맹수류 96마리
동물원·민간사육장 잇단 사고
2000년 이후 포획·사살 20여건
희귀 외래종 유기 사건도 빈번
“지속 검사·관리제도 도입 필요”

고령=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동물원 등에서 기르는 맹수류 탈출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실태를 엄격하게 파악해 안전조치가 미흡한 곳은 운영을 중단시키는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맹수류 등 수입 동물은 연간 3만 마리 이상인 데다 유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밀수 적발 건수도 점점 늘고 있어 사육 가능 종의 목록을 지정해 규제하는 ‘화이트 리스트(White List)’를 시급히 마련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 사이 수입된 맹수류는 96마리로 곰 20마리, 살쾡이 18마리, 호랑이 15마리, 스라소니 12마리, 자칼 11마리, 사자 8마리다. 치타, 표범, 하이에나 등도 각각 6마리, 5마리, 1마리다. 맹수류 외에도 나무늘보, 미어캣, 스컹크, 개미핥기 등이 수입돼 공공·사설 동물원이나 개인이 반려동물로 사육 중이다. 이러한 동물 수입(가축용·실험용 제외)은 이 기간 평균 3만1770마리로 추산됐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 24개와 사설 90개 등 전국 총 114개의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동물은 4만8911마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맹수류 중 사자, 호랑이, 곰만 해도 각각 89마리, 93마리, 227마리다.

이처럼 동물 사육이 늘어나며 안전조치 부실로 인한 맹수류 탈출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공공·사설 동물원이나 민간 사육시설 등에서 탈출했다가 포획 또는 사살된 맹수는 경북 고령군·울산 울주군·대전 등의 사자, 곰, 퓨마 등 2000년 이후 20여 마리에 이른다. 정부는 그동안 등록만 하면 운영이 가능했던 동물원 등에 대해 일정 이상 시설 기준을 갖춰 허가받도록 한 개정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오는 12월부터 시행한다. 하지만 기존 시설은 기준에 맞게 시설을 정비하도록 적용을 5년간 유예해 맹수류 탈출은 언제든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전문가로 구성된 검사관제 도입 등으로 철저하게 관리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시설은 운영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희귀 외래 야생동물 유기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경북 영주시와 충남 홍성군에서 반려동물로 키우다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바나왕도마뱀이 포획됐다. 이들 도마뱀은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이다. 지난 4월엔 충남 예산군 예당호 주변에서 미어캣이 발견되기도 했다. 게다가 외래동물 밀수도 다시 증가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아나콘다, 도마뱀, 거북 등 외래동물 밀수 단속 건수는 2018년 41건에서 2021년 7건으로 감소하다 2022년 34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23건에 이른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동물복지 등을 위해 화이트 리스트를 조속히 도입해 일부 종만 제한적으로 사육하게 하는 등 규제하고 외래동물 수입부터 생명을 다할 때까지 추적 관리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