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리더십 ‘휘청’…‘수도권 친명당 vs 호남 비명당’ 분열 가능성[허민의 정치카페]

  • 문화일보
  • 입력 2023-08-29 09:41
  • 업데이트 2023-08-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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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이재명 취임 1년

민주당, 출구 없는 리더십 위기에 봉착… 총선 앞두고 통합 구심력보다 분열 원심력 키워
‘反尹·反日몰이’론 리스크 해소 안돼… ‘李 유고’ 상정 김부겸·김두관·김경수 중심 플랜B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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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당 대표 취임 1년을 맞았다. 한 해 전만 해도 이재명 체제에 기대감이 많았다. 목표를 이루려는 근성, 업무 추진력, 탁월한 생활세계의 메시지 등 ‘이재명다움’에 대한 기대였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엔 사법 리스크, 계파 갈등 같은 부정적인 언어가 가득하다. 그의 유고(有故)를 상정한 ‘플랜B’ 논의도 무성하다.

민주당 위기는 리더십 위기다. 이 대표와 친명 지도부는 팬덤에 기대 반(反)윤석열·반일 몰이로 위기를 덮으려 하지만, ‘통합의 구심력’보다는 ‘분열의 원심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흔들리는 리더십

이 대표는 여전히 범야권 대선주자 1위 정치인이다. 그러나 이대론 안 된다는 여론이 당내에서 맹렬하게 확산 중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재명 체제 1년간 당 지지율이 정체됐다. 지난해 8·28 전당대회 이후 1년간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는 줄곧 30% 초중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8월 4주) 정당 지지도는 32%로, 국민의힘(34%)의 그것을 밑돈다(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원전 오염처리수 논란,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여당에 불리한 이슈가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뼈아픈 결과다.

정부·여당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득점하지 못하는 것에 이 대표 책임이 크다. ‘변방의 투사’와도 같은 이미지로 비주류에서 정치 거물로 고속 승진했지만, 결국 오랜 사법 리스크와 중앙정치 경험 부족이 리더십의 한계를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흔들리는 리더십은 ‘이재명 사퇴설’로 이어지기 일쑤다. ‘질서 있는 퇴진론’도 다시 불거진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여당이 그걸(이재명 사퇴를) 바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제가 역사에 없는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가 됐고, 지금도 그 지지는 유지되는 정도를 넘어서 더 강화된다”고 주장하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이 대표와 친명은 반윤석열 몰이, 반일 몰이로 위기를 덮으려 하고 있다.

◇출구 없는 리스크

이 대표가 의존하는 건 팬덤층이다. 팬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반윤석열·반일 몰이는 분열의 원심력을 통합의 구심력으로 바꿀 것인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검찰 수사는 이들의 통제권 밖에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조만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검찰에 또다시 소환될 예정이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수사로 한 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로 두 번, 백현동 수사로 또 한 번 했던 것을 포함해 다섯 번째 검찰 출석이다.

회기 중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헌법 제44조). 최근까지만 해도 억지로 방탄국회를 열었던 이 대표와 친명 그룹은 이젠 국회를 닫고 비회기 기간을 확보해 영장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체포동의안 처리를 놓고 예상되는 친명-비명의 계파 갈등을 피하겠다는 고육책이다. 계속되는 사법 리스크는 분열을 향한 민주당의 원심력을 강화한다.

이 대표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송영길 전 당 대표의 돈봉투 파문, 이 대표가 임명했던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의 막말·혁신안 논란도 내우외환을 키우고 있다. 특히 비명 쪽은 대의원의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혁신안이 이재명 체제 유지를 위한 ‘공천 학살’의 도구가 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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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민주당은 분열 없이 ‘원 팀’으로 총선 승리가 가능할까. 관건은 두 가지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의 완전 해소가 하나, 총선 승리 전망 제고가 다른 하나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는 통제권 밖의 요인이고, 총선 승리 전망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친명의 시나리오는 ‘이재명 체제 유지’냐 ‘친명 비대위’냐 둘 중 하나다. ‘이재명 체제 유지’엔 유사시 옥중공천 방안까지 포함된다. ‘이재명의 집사’로 불리는 박찬대 최고위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구속되더라도 이 대표 중심으로 결속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옥중공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반면 비명 시나리오에 ‘이재명 체제 유지’는 없다. 비명의 시나리오도 둘 중 하나다. ‘비명 비대위’냐 ‘탈당 혹은 분당’이냐. 중진 이상민 의원은 지난 25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물러나야 비대위를 하든 뭐를 하든 하는데 안 물러나겠다고 한다”며 “물러나지 않으면 당내에서 결심해야 할 의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모든 것을 가르는 결정적 계기는 이 대표에 대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것이 유력한 9월 중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유고’에 따른 새 체제가 들어서면 혁신으로 당을 일신할 수도 있지만, 분당이 된다면 ‘수도권 친명당’과 ‘호남 비명당’으로 쪼개질 것이다. 야권엔 악재, 여권엔 호재다.

◇‘3김’의 등장

168석의 원내 제1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분열한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총선 이해득실과 개인·계파 간 셈법이 작용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1년 전만 해도 최대 70명으로 집계됐던 친명은 현재 40명 정도로 줄었다. 측근 ‘7인회’와 강경파 초선의원 모임 ‘처럼회’가 핵심이다. 비명은 친문(친문재인)과 이낙연·정세균계를 포함해 70명, 중간지대가 50명 정도로 추산된다.

친명은 이재명 체제 유지가 어려울 경우 ‘김두관 체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 쪽의 한 의원은 “이 대표는 만일 자신이 퇴진할 경우 상황에 따라 김두관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밀거나 당 대표로 만들겠다고 생각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고 밝혔다.

비명 쪽에서는 새로운 민주당 깃발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거론된다. 김 전 총리는 계파색이 옅고 민주당에 취약한 중도 확장을 기할 수 있는 인물로, 김 전 지사는 친문 출신이긴 해도 화합형이어서 위기 때 통합을 도모할 인물로 꼽힌다. 다만 민주당 내부 역할론에 대해 김 전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기자에게 “쓸데없는 소리”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영국 출국 이틀 전인 지난 8일 전화통화에서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소이부답’으로 대신했다.

◇괴물과 마주한 李

이 대표는 지난해 77.77%라는 기록적인 지지율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그의 수락 연설은 민생 경쟁과 대안 정당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1년 사이 지지율은 정체됐다. 무엇보다 잿빛 과거와 불투명한 미래라는 두 괴물과 싸우는 신세가 됐다. ‘황야의 일필랑’ 같던 그, 어떤 묘책을 찾고 있을까.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옥중공천’은 이재명 대표가 구속될 경우 새 친명 지도부를 통한 위임통치를 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개념. 친명이 어떤 경우에도 ‘이재명 간판’으로 내년 총선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질서 있는 퇴진’은 강제적 퇴장이 아닌, 스스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퇴장한다는 것. 이 주장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총선을 앞둔 당 체제 정비와 연관돼 부침을 거듭.

■ 세줄요약

흔들리는 리더십 : 이재명 취임 1년간 ‘이재명다움’이 사라지면서 민주당에서는 그의 유고를 상정한 ‘플랜B’ 논의가 무성. 당은 출구 없는 리스크에 봉착했고 ‘통합의 구심력’보다는 ‘분열의 원심력’이 커지는 상황.

시나리오 : 민주당이 총선서 ‘원 팀’으로 승리하려면 사법 리스크 해소와 총선 승리 전망 제고가 필요한데 둘 다 어려워. 이재명 체제 유지와 관련된 갈등으로 당이 ‘수도권 친명당’과 ‘호남 비명당’으로 쪼개질 가능성.

대안체제 부상 : 친명의 ‘反尹·反日’ 몰이로는 리스크 해소 안 돼. 2차 체포동의안 처리가 다가오면서 김부겸·김두관·김경수 등 대안체제 논의 무르익어. 이재명은 잿빛 과거와 불투명한 미래라는 괴물과 마주하는 형국.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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