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듯 건재한 시진핑 권력… ‘실각’ 초래할 인적·물적 토대 제거[Deep Read]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5 09:06
  • 업데이트 2023-09-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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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규의 Deep Read - 시진핑 리더십 위기인가

사회적 위기·경제 불안 등으로 도전받아… 한미일 협력·서방 연대 등 반중 정서도 확산
習, 中 역사상 최강의 지위·권력 이미 장악… 尹 정부, 習의 건재 전제한 대외정책 수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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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대내외적으로 크게 증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각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실로 내우외환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당면한 대내외적인 도전, 특히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면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더욱 공세적으로 갈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미국 등 서방세계의 선호 혹은 기대 섞인 전망과는 관계없이, 이미 ‘마오쩌둥(毛澤東)을 넘어서는 역사적 지위와 권력을 장악한’ 시진핑 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감안해 대외·대중정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와 도전

시진핑 리더십 위기론이 나오는 첫째 이유는 중국 내 경제·사회적 위기가 심각한 데 있다. 서방국들의 디리스킹으로 불리는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 약화 노력, 미국의 핵심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대중 수출 봉쇄 강화 조치 등으로 중국의 수출은 크게 위축됐다.

불안한 중국 경제의 미래는 투자와 소비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목표치 5.5%에 크게 못 미치는 3.0%로 추정된다. 이는 세계의 평균 경제성장률 3.4%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정부의 부동산 버블에 대한 억제정책이 시작되자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 등 대형 부동산 업체들은 파산 위기에 봉착했고 부동산시장은 얼어붙었다. 부실 채권 폭증, 지방 부채의 급속한 악화와 더불어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45%를 넘어섰다는 비공식 추정마저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최고가 되기 이전에 이미 정점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 하는 ‘피크 차이나’론도 확산 중이다. 미·중 전략경쟁, 인구 절벽, 노령화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중국 경제와 국력은 내리막길만 보인다는 관측도 많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인적 장악력도 문제로 부각됐다. 자신이 직접 발탁한 최측근 친강(秦剛) 외교부장과 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 사령관 숙청설이 나돈다. 중국 권력체제의 속성상 이들 고위직과 관련된 하부 인사들에 대한 조사나 숙청 역시 대대적으로 진행 중일 수도 있다. 최근 시진핑 리더십과 관련한 각종 소문과 설(說) 등에 미뤄볼 때 이 같은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이는 시 주석 주변에서 특히 대내외 정책과 관련, 온건하고 유화적인 목소리가 약화하고 강경론이 득세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反中 정서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서방국가 내에서 반중 정서는 계속 확산 중이다.

미국 내 반중 정서를 고려할 때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설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기존의 ‘전략적 협력파’의 목소리는 거의 소멸했고,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민주당 내 일부에서 중국과 일정 정도의 협력을 강조하는 ‘전략적 경쟁파’나 ‘경쟁적 공존파’의 목소리 역시 ‘신냉전파’에 밀릴 전망이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며 중국 못지않게 미국 역시 강경파가 득세하는 상황이 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지난번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의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오커스(AUKUS), 파이브아이즈, 쿼드(QUAD)에 이어 한·미·일 준(準)안보동맹화를 통해 중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고립시키는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시 주석으로서는 무척 곤혹스러운 외부 안보환경의 전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도 시진핑 체제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한 예로 후성더우 베이징이공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새로운 개혁·개방 10가지 정책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를 통해 ‘시진핑 사상’이 아닌 ‘덩샤오핑(鄧小平) 이론’을 견지할 것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최고 지도자의 권력을 제한하고, 문혁(문화대혁명)적인 태도를 지양하며, 타국과의 불필요한 충돌이나 신냉전을 피하라는 대담한 제안도 담겨 있다.

◇강력한 통치기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의 이 같은 도전들이 시진핑의 지도력을 실제의 위기로까지 몰고 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시 주석의 권력 장악엔 특별한 서사가 있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과 혁명 1세대를 이루는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문혁 당시 16세에 하방을 당해 산시성의 토굴에 들어가 일하면서 자수성가했다. 7번의 공청단, 9번의 공산당 입당 거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입당(단)을 관철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부터 모두가 차기 최고 지도자감으로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를 점찍었지만, 시 주석은 이를 극복하고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그의 개인적인 고난은 정치 세계의 냉혹함과 운용에 대한 정치(精緻)한 감각 및 자질을 부여했다. 임기 첫해부터 강력하게 추진한 부패 투쟁은 개혁·개방 정책의 병폐를 해소했고 이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된다. 숙청된 간부만도 수천 명에 이르고, 그 과정에서 정적들은 모두 제거됐다. 시 주석의 권력 장악 과정은 그의 정치적 능수능란함을 잘 보여줬다. 중국의 최고 지배 엘리트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전부 시 주석의 측근으로 교체됐다. 한마디로 시 주석을 실각시키는 데 필요한 인적·물적 기제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시 주석이 세계질서를 미국 단극체제에서 미·중 전략경쟁 체제로 바꿔놓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의 반중 정서는 곧 힘을 키워 나가는 중국에 대한 반(反)테제로 부상한 것이라는 인식이 번지는 형국이다. 중국의 전문가들과 지식사회에서는 “시 주석이 건강 이상이라는 돌출 상황만 없다면 2030년대까지 장기 집권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정책 방향

시 주석의 진정한 위기는 자신이 추진하는 ‘과학적 유물론’에 입각한 세계의 변혁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시점에 터져 나올 개연성이 크다. 다만 이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시진핑 리더십의 건재를 전제한 중국과의 대응·공존·공생 방법을 고민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테스트할 첫 시간은 아마도 올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함께 참석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정외과 교수

■ 세줄 요약

리더십 위기와 도전 : 시진핑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중국 대내외적으로 크게 늘어나. 심각한 사회적 위기, 불안한 중국 경제의 미래, 지배 엘리트 인적 장악력 문제 등이 시진핑 리더십의 위기를 만들어낸 요인들.

서방의 반중 정서 : 주요 서방국가의 반중 정서도 확산 중. 미국 내에서는 ‘전략적 경쟁파’나 ‘경쟁적 공존파’의 목소리가 ‘신냉전파’에 점차 밀리는 추세. 한·미·일 준(準)안보동맹화로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완성.

시진핑의 미래 : 하지만 시진핑은 반부패투쟁, 정적 제거 등을 통해 자신을 실각시킬 인적·물적 기제를 제거한 상태. 리더십이 가시적인 위기에 몰리려면 시간이 걸릴 듯. 시진핑 리더십 건재를 전제로 한 대외정책 필요.

■ 용어설명

‘디리스킹’, 즉 ‘위험의 감소’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대중 정책 관련 연설에서 처음 사용한 말.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서방 진영의 전략 개념.

‘피크 차이나’는 중국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이르렀다는 것. 영국의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제기. 투자 자금이 중국 시장에서 이탈하는 ‘차이나 런’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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