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수억원 사비 들여 잡지 출간… 음악인 후원하고 사이클도 즐기는 구자열 무협회장[파워인터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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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자전거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구자열(맨 앞줄)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동호회 회원들과 페달을 밟고 있다. 그는 “자전거는 도전정신이 필요한 경영과 닮았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 파워인터뷰

“통일되면 북한에도 할 게 많습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에게 계간 인문잡지 ‘보보담(步步譚·걸으면서 함께 나누는 이야기)’을 언제까지 펴낼 계획이냐고 우문(愚問)을 던졌더니 이처럼 현답(賢答)을 내놓았다.

구 회장은 한 해 수억 원이 넘는 사비를 들여 지금까지 49호의 보보담을 펴냈다. 벌써 11년째다. 편집주간까지 맡아 본인 표현대로 ‘뼈대’(주제)를 정하고 편집진과 머리를 맞대 글을 맡기고 고른다. ‘편집노트’란 권두언도 직접 쓴다. 각 지역의 삶과 사람, 역사를 밀도 있게 취재한, 239쪽에 달하는 두툼한 이 잡지는 광고가 없는 비매품이다. 지역이 소개될 때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아우성이다. “전혀 몰랐던 얘기다”라고 혀를 내두르며 잡지를 구하느라 부산해진다.

“시의성은 없는 잡지예요. 쉬운 내용이 없는 만큼 사진도 많이 실었습니다. 틈날 때마다 꺼내 읽어보라는 것이죠. 호흡이 긴 잡지라고 할까요. 천천히 오랫동안 우리 땅의 역사와 살았던 사람들의 순수한 이야기를 톺아보는 것이죠. 우리 사회에 항상 인문학의 향기가 가득하기를 소망하는 제 마음을 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는 보보담에서 알 수 있듯 문학, 사회, 철학, 음악에까지 조예가 깊다. 10대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재학 때는 전설적인 출판 언론인 한창기(1937∼1997)가 펴낸 ‘뿌리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을 감명 깊게 봤다. ‘뿌리깊은∼’은 전권을 소장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화요일에는 이사장을 맡은 비영리 공익재단 송강재단 주최로 서울 용산구 LS타워에서 ‘송강음악회’를 연다. 막연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기획한 행사다. 음악인을 위해 장학금을 지속해서 후원 중이다. 본인도 기타, 바이올린, 하모니카 연주는 수준급이다.

“클래식, 가곡, 재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을 좋아해요. 요즘에는 피리 소리가 너무 좋아 피리 연주에 심취해 있습니다. 제가 원래 자전거로 더 많이 알려졌는데, 사실 어렸을 때는 자전거보다 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46세부터 사이클에 입문해 체력을 다졌고 대한사이클연맹,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을 맡아 사이클 발전에 이바지했다. 혈색이 워낙 좋아 비결을 물었더니 “아마 마음이 젊고 건강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그런 거 같다. 자전거에는 계급도 없고 회장님도 없다”며 단연 자전거를 꼽았다. 사이클이 한시라도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스포츠인만큼 혁신과 도전정신이 필요한 경영과 닮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용산공원과 올림픽공원 중 한 곳에 ‘자전거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희귀한 자전거 전시부터 올바른 타는 방법, 안전교육까지 망라한 곳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는데도 250m 실내 자전거 경기장이 없을 정도로 척박한 환경을 어떻게든 개선하고 싶은 바람도 담고 있다. 이렇듯 이야깃거리가 많고 필력까지 지닌 회장님이다 보니 출판사에서 끊임없이 책을 펴내자고 제의하지만 모두 사절한다. 그는 “90이 넘으면 한번 써 볼까 싶다. 더 성공하고 겸손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지 남을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손을 내저었다.

구 회장은 잘 알려졌지만, LG그룹 창업주 구인회(1907∼1969) 회장의 다섯 번째 동생인 구평회(1926∼2012) 회장의 장남이다. 부친은 앞서 22, 23대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지냈다. 부자가 무협회장을 역임하는 건 재계에서 드문 기록이다. 그는 “아버지가 사회생활을 멋지게 잘하셨고 그늘이 워낙 크니 벗어나려 해도 쉽지 않고 항상 부담으로 남아 있다”고 어깨 위 책임감을 에둘러 내비쳤다. 그의 호는 덕봉(德峰)이다. ‘덕’은 윤리적 이상을 실현하면서 은혜를 베풂을, ‘봉’은 최고라는 의미다.

이민종·장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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