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딸이 우울증…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까요[마음상담소]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6 09:03
  • 업데이트 2023-09-0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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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대학생 딸이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닌 지 2개월이나 됐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따라가서 얘기를 들어보니 처음에 왔을 때보다는 많이 호전됐다는데, 딸은 아직도 집중이 어렵고 무기력한 증상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맞벌이를 하면서 신경을 써주지 못한 시간도 있었지만, 구김살 없게 키우기 위해, 아이에게 폭언이나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애를 썼는데 우울증에 걸리다니, 게다가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다니 너무 속상합니다. 부모로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지난날을 곱씹어 보게 됩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해줘야 도움이 될지 궁금합니다.

좋은 말 해주려 애쓰지 말고 그냥 자녀 말 들어주세요

▶▶ 솔루션


우울증의 특성상 자기 상태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의지 부족 자체가 증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도움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간 따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울증은 유전과 어릴 적 환경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어린 시절 부모의 영향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울증은 질병이기 때문에 좋은 부모가 있는 안정적인 가정에서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과거의 영향을 받지만, 모든 것을 과거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기분 장애나 성격 문제에 대해서 전적으로 부모님 탓을 하는 성인 환자도 있는데, 그렇게 전부 탓할 수도 없는 문제이며 현재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모로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가 힘들 때를 돌이켜 본다면, 누군가 옆에서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말을 들을 곳은 많습니다. 동영상이나 책에도 좋은 말은 차고 넘치지만, 사실 자기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곳은 갈수록 드물어요. 가족이 해야 할 일은 차분하게 인내심을 갖고 얘기를 듣는 것입니다.

진료실에서도 가족에게 좋은 말을 해주려고 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라고 말씀드리는데, 잘 듣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중장년의 부부와 대학생 자녀가 갑자기 대화하자고 각 잡고 앉아서 시작한다면 잘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꼭 우울증에 대한 얘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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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같이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눌 수도 있고, 맛집에 갈 수도 있습니다. 할 말을 다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듣고 나서 그다음으로 내가 할 말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환자들이 아픔을 얘기하면 해결책을 고민하며 정신이 번쩍 드는 반면, 제 자녀가 힘든 것을 느끼면 속상함이 마구 밀려와서 감정적이 됩니다. 즉, 가족이 다른 가족의 아픔을 그대로 느끼기에 때로는 대화가 더 힘들 수도 있고 서로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전문가와의 상담치료를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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