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벙커는 ‘미술관’ 변신하고… 신설동 유령역은 ‘영화 촬영지’ 각광[Who, What, Why]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3 09:04
  • 업데이트 2023-09-13 11:15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연결 통로 지하 2층에 있는 유휴 공간. 서울시는 지난 8일부터 공개된 이 공간의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해 시민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모으기로 했다. 뉴시스



■What - 서울시내 곳곳에 숨은 지하공간

여의도 벙커 경호시설 사용추정
리모델링 거쳐 2017년 개방돼

신설동 지하3층 폐쇄된 승강장
트와이스 뮤비 무대로도 활용

경희궁 방공호 일제때 만들어져
다큐영상 관람시설로 시민 공개


서울시청 인근 지하에 숨겨져 있던 지하 공간이 40년 만에 시민들에게 공개되면서 이를 계기로 서울 곳곳에 감춰져 있던 비밀 공간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일부 공개된 비밀 공간 외에도 비공개 공간을 시민에게 공개하고 활용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지하벙커 역사갤러리 내부 전시 풍경.서울시청 제공



지난 2005년 서울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를 하던 중 옛 중소기업전시장 앞 도로 아래에서 지하 비밀벙커가 발견됐다. 발견 당시 버스환승센터 승강장에 있는 출입구를 통해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화장실과 샤워장 등이 있는 약 66㎡의 공간이 나타났다. 왼편으로는 기계실과 화장실, 2개의 폐쇄된 출입문 등이 있는 약 595㎡(180여 평)의 공간이 있었다. 이 벙커는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는 전혀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시는 항공사진 분석 결과 1976년 11월 벙커 지역을 찍은 사진에는 공사 흔적이 없었지만 다음 해 11월 사진엔 벙커 출입구가 보여 이 시기에 공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벙커 위치가 국군의 날 사열식 단상이 있던 곳과 일치해 국군의 날 행사 개최 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2017년 여의도 지하 벙커를 시민에게 전면 개방했다. 현재 명칭은 ‘SeMA 벙커’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2016년부터 설계와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돼 이듬해 개관했다. 운영시간은 월요일을 제외한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홈페이지 소개 글을 통해 “SeMA 벙커는 서울시의 오래된 미래 유산”이라며 “1970년대 군사 정권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벙커는 2005년 여의도 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현지 조사 중에 발견됐고 이후 미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희궁 방공호 외부 모습.서울시청 제공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뒤편에는 특이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존재한다. ‘경희궁 방공호’로 불리는 곳이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곧바로 지하로 연결되는데 내부는 지하 2층 구조로 돼 있다. 길이 107m, 폭 9.3m, 높이 5.8m로 총면적은 1379㎡에 이른다. 이곳은 일제 말기 미군의 폭격에 대비해 만들어진 방공호로 추정된다. 대형 돔형 구조물을 세우고 그 위에 흙을 덮었다. 시에 따르면 원래 경희궁은 서울역사박물관 전체를 포함하는 규모였다. 방공호 자리는 경희궁 내 왕과 왕비의 침전인 융복전과 회상전이 있던 곳이다.

방공호가 있는 경희궁 터는 광복 후 서울중·고등학교로 사용되다가 서울고가 1980년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현대그룹에 매각됐다. 현대그룹은 이 공간을 사원연수원으로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시가 경희궁 장소 역사성과 궁궐 복원·보존 측면에서 이곳 부지를 1985년 재매입했다. 그 이후 방공호 옆으로 서울역사박물관이 지어졌다. 시는 방공호를 박물관 또는 근현대 역사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로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적절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하다가 2017년 시민에게 공개했다. 방공호 관람 신청은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식민지 말기 상황을 영상, 조명, 음향 등을 통해 느낄 수 있으며 다큐멘터리 영상자료도 볼 수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설동 유령역 내부 모습. 서울시청 제공



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지하 3층에는 유령역이 있다. 신설동역 한쪽 구석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는데, 바로 신설동 유령역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곳은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진 역사였다. 그러나 노선이 조정되면서 역은 폐쇄됐다. 이 역은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5호선(연희동∼종각∼동대문∼천호동) 일부가 될 예정이었다. 1972년 9월부터 1974년 8월까지 1호선과 5호선이 지나갈 신설동역을 모두 건설했지만 5호선 노선이 왕십리∼청구∼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변경되면서 역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종로 쪽 노선용으로 활용될 예정이었던 지하 3층 승강장은 이후 승객 취급 없이 1호선 전동차가 모든 운행을 마친 후 군자차량기지로 오가는 진·출입용으로만 사용하게 됐고, 승객이 없는 승강장이라는 의미에서 ‘유령 승강장’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잊힌 상태로 남아 있던 빈 승강장은 2000년대 이후 영화·드라마·뮤직비디오 등 영상물 촬영지로 주목받았다. 배우 정우성, 차승원 주연의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과 트와이스 ‘치얼업’ 뮤직비디오 등이 대표 작품이다. 점차 변화해가는 지하철역 중 옛 197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마감재나 타일 없이 콘크리트만이 남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신설동역 빈 승강장은 과거 개발이 한창 이루어지던 시절 서울의 과거 모습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공간 중 하나”라며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촬영을 위해 공개하는 등 기능 확대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시에는 환승역 건설 편의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활용되지 않고 있는 지하 구조물이 다수 존재한다.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과 2·6호선 신당역, 7호선 신풍역과 논현역 지하에는 10호선과 11호선 환승역 건설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 중 영등포시장역 유휴 공간은 최근 글로벌 게임사의 신작 출시 행사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시는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이런 유휴 공간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
관련기사
이정민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