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있으니 자기한테 다 맞춰달라는 직장 동료, 어디까지 배려해야 하나요?[마음상담소]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3 09:12
  • 업데이트 2023-09-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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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같은 팀의 직장 동료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3개월입니다. 평소 활발한 사람인데 역시 속내는 알 수 없구나 싶어서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 동료가 잠깐씩 직장 근처 병원에 상담하러 가면 점심시간을 1시간쯤 지나서 오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제가 회의에 대신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본인이 실수한 상황인데, 제가 실수한 줄 알고 마구 화를 낸 적이 있어요. 사과를 해도 모자란데, “내가 우울증이 있으니 이해하지?” 딱 한마디를 하더라고요. 재무상 실수도 우울증 핑계를 댑니다. 본인이 할 수밖에 없는 업무인데도,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해 심해진 것이라면서 산재 신청을 할 것이라느니 그런 얘기를 하니깐 저 말고도 많은 직원이 불편해합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배려를 해주는 것이 맞을까요?

최소한의 예의 요구하고 차분하게 선 그어야 마음 안 다쳐

▶▶ 솔루션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질러서 심신미약을 주장할 때 가장 분노한 사람은 바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는 환자들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분 장애나 불안 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 없이,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치료를 받으면서 버티고 있는데 충동 조절도 잘 못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존재로 싸잡혀서 비난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우울증은 분명히 질병입니다. 혼자서 이겨내려고 노력할 때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배려가 있을 때 도움은 되겠지요. 자기 질병을 숨기는 것보다, 주변에 알리는 것이 치료 경과에 더 좋다는 것도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질병의 회복을 위해서 치료를 받는 것과 의료진의 권고를 잘 따르려는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타인의 배려는 중요하지만 결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의 핵심은 아닙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자기를 바꾸기보다 주변 환경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시도하는 것은 기분 장애보다는 인격 장애의 특성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노력이 전제가 될 때, 타인의 노력을 요구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이기적인 직장 동료가 밉겠지만, 그 사람이 씌운 프레임대로, 그것을 정신질환의 특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특정 직업이나 특정 지역 출신 사람들이 다 비슷하다고,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것을 우리는 ‘과일반화(overgeneralization)의 오류’라고 합니다. 즉, 우울증 환자 중에서도 이타적인 사람이 있고, 이기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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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장애는 대부분 자기 탓을 하고 내재화해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지만 인격 장애나 다른 충동성 질환, 원래의 성격으로 인해서 외현화해 남 탓을 하는 경우도 꽤 됩니다. 비합리적인 요구를 들어준다고 그 사람이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수 있도록 요구하고, 해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선을 긋는 것이 내 마음을 다치지 않는 방법일 것입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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