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국토부, ‘부동산원 조직·예산 날려버리겠다’ 압박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달영(오른쪽)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 조사 결과…"카톡·문자 통해 ‘통계 조작’ 압박성 발언 확인"
"김상조 전 정책실장, ‘경실련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 촉구"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2019년 6월 셋째 주, 국토교통부 한 직원이 한국부동산원에)

"적극적으로 감정원(한국부동산원)의 우수한 통계를 홍보하세요.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는 말입니다."(2020년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토부 관계자에게)

이는 15일 감사원의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 중간결과 내용에 포함된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 관계자들의 발언이다. 모두 집값 통계에 개입하는 내용이다.

적나라한 실태를 보여주는 이들 발언에 대해 감사원은 "업무 관련자들의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등에서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초부터 청와대 정책실은 한국부동산원에 1주일마다 나오는 ‘확정치’가 아닌 ‘주중치’와 ‘속보치’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통계법 위반이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부동산원은 주중 조사가 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총 12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대와 국토부는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청와대와 국토부가 집값 변동률 주중치가 전주보다 높게 나올 때면 현장 점검을 지시하거나 ‘세부 근거를 내라’고 요구하는 등 한국부동산원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2019년 2월부터는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조사조차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변동률을 임의로 예측해 보고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 사무차장은 "서울 매매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2019년 6월 이후,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 원장의 사퇴를 종용하거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하는 등 부동산원을 더 강하게 압박했다"고 했다.

이날 발표에선 시민단체 출신인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토부 관계자를 질책한 발언도 소개됐다.

2020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11%’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 전 대통령 취임 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52%에 달한다며 비판했다.

이때 김 전 실장은 국토부에 "그렇게 소극적으로 합니까"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하라고 질책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2020년 이후에도 집값이 상승 추세를 이어가자 청와대 관계자가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 "주택정책과장은 지금 뭐 하는 건가" 등 여러 차례 압박 메시지를 보냈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화 전후 정황, 연결된 사람들 조사 등을 통해 압박성 발언이었다는 것을 교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