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식용 금지법’ 통과 앞두고 칠성시장 가보니…
건강원·보신탕 식당 줄었지만
가게안엔 어르신 손님들 북적
상인들 “죄인 취급 받아 불쾌”
시 “업종전환 적극 유도할 것”
대구=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 식용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구 북구 칠성시장 개고기 판매 골목(사진)도 폐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골목은 지방자치단체의 정비사업과 매년 복(伏)날 열리는 동물보호단체의 폐쇄 요구 집회로 점점 위축되고 있지만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8일 낮 12시 30분쯤 찾아간 개고기 골목은 적막감이 감돌았지만 보신탕 업소마다 안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대부분 70대 이상 어르신들로 보였다. 이모(84) 씨는 “몸이 아플 때마다 기력 회복을 위해 찾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어르신은 “윗대부터 대대로 보신탕을 먹고 있다”며 “중국 등 다른 나라는 개고기를 먹는데 우리나라는 왜 개고기 먹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개고기 골목 업소의 돌출 간판마다 ‘개’나 ‘보신탕’이라는 글자는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한 상인은 “해당 구청과 각종 기관에서 개고기 골목을 없애기 위해 간판을 가리라고 하거나 건축·전기 등 각종 법을 들이대며 꼬투리를 잡고 있다”며 “전국 동물보호단체도 복날마다 개 식용 금지 집회 단골 장소로 찾는 등 못살게 해 곳곳이 폐업했다”고 말했다.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은 광복 이후 서서히 생겼으며 1980년대에는 보신탕 업소와 개소주를 파는 건강원 등이 50여 곳에 이르렀다. 하지만 대구시의 지속적인 정비사업으로 현재 보신탕 업소 4곳과 건강원 9곳만 영업 중이다. 개를 잡는 도살장 2곳은 2020년 9월과 2021년 3월 폐쇄됐다. 이런 가운데 여야가 개 식용 금지 법안을 올해 안에 통과시키기 위해 속도를 내면서 상인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40년 넘게 보신탕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정식 허가를 받아서 장사하는데 마치 죄인 취급하듯 해 너무 불쾌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상인은 “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모르지만, 보상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절대 거리로 내몰리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남아 있는 업소에 대해 업종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개 식용 금지 법안은 총 9건이 발의돼 있으며 대부분 도살·처리 및 식용 사용·판매 금지 행위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정부가 개 식용 판매 금지 조치로 폐업 신고나 업종 전환을 하면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단 개고기를 먹는 행위에 대한 제재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은 경기 성남시 모란 가축시장, 부산 구포 가축시장과 함께 ‘국내 3대 개 시장’으로 불렸다. 구포 가축시장의 개고기 취급업소는 부산시의 도시계획사업으로 2019년 문을 닫았다. 모란 가축시장은 환경정비 사업으로 2016년 도살장은 없어졌지만 극히 소수의 업소가 개고기를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