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구속 땐 국가 마비’ 친명 겁박에 법치 밀려선 안 된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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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여부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정치적 파장을 넘어 사법부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 인식에도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 앞의 평등’을 구현해야 할 법원의 책임이다. 권력자이든 일반 국민이든 오직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결정할 뿐, 정치적 고려나 유무형 외압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구속 저지’ 행동에 나선 상황이어서 이런 원칙의 견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대표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민주당 소속 의원 168명 중 161명이 서명해 ‘영장 기각 호소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궤변으로 가득하다. 탄원서는 먼저 “10월 재보궐 선거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부재할 경우 선거에 원활히 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당은 당헌·당규로 대표 궐위 시 권한 위임을 명시하고 있다. 대표가 있더라도 비상대책위원회 등으로 선거를 치른 경우도 수두룩하다. 대표가 구속됐다고 선거를 못 치를 지경이라면 반민주적 1인 정당을 자인하는 것과 같다. 심지어 친명계가 ‘옥중 결재와 옥중 공천 불사’를 주장해온 것과도 모순된다.

탄원서는 또 “이 대표가 구속되면 국정 운영과 국가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행정권 집행은 물론 국가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사법부는 물론 국민을 향한 중대한 협박이다.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았을 때 정부 정책에 협조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윤 정부가 제출한 200여 건의 법안 처리를 막아 왔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지난 21일엔 명분 없는 총리 해임건의안과 검사 탄핵소추안도 밀어붙였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를 미뤄 사법부 수장 공백을 만드는 책임도 무겁다.

민주당은 이날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는데, 후보가 친명계 일색이고 모두 ‘이재명 호위’를 공약했다. 입법권을 앞세운 압박이 더욱 커질 것임을 예고한다. 검찰은 이런 정치적 위력을 앞세운 증거인멸 등을 우려한다. 구속 여부가 범죄 혐의 자체에 대한 판단은 아니지만, 국민은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의 시금석으로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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