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산업 지표 다소 개선됐지만… 경기 반등 여부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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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저하고 vs 상저하저’ 팽팽

반도체 13.4% 증가 힘입어
8월 생산 30개월來 최대폭↑
9월 무역수지 37억달러 흑자

소비는 2개월째 줄어 0.3%↓
고금리·유가급등 곳곳 악재

무역수지가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반도체 회복세에 힘입어 생산과 설비투자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반등한다는 ‘상저하고’ 전망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소비가 2개월 연속 감소한 데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여파로 ‘상저하저’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거세지는 등 한국 경제의 반등 시기를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3년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2.1(2020년=100)로 전월보다 2.2% 증가하면서 2021년 2월(2.3%)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이 전월보다 13.4% 불어났고, 제조업 생산은 5.6% 뛰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달보다 3.4%포인트 상승한 73.4%로, 지난해 8월(74.3%)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산업별로 보면 광공업(5.5%)·건설업(4.4%)·서비스업(0.3%)·공공행정(2.5%) 생산이 모두 늘었는데, 전산업 생산을 구성하는 4개 부문 생산이 모두 증가한 것은 2022년 3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특히 광공업 생산은 2020년 6월(6.4%) 이후 38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7월의 일시적 요인에 의한 조정에서 벗어나 광공업 중심으로 상당폭 개선되면서 양호한 9월 수출 실적과 함께 3분기 제조업·순수출 중심의 회복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를 달리는 점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무역수지는 37억 달러 흑자로, 지난 6월부터 4개월째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회복세가 올해 8월 전산업 생산을 견인하는 등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9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13.6% 줄었으나 이는 올해 최저 수준의 감소세다. 반도체 수출액은 99억 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도체 회복세 등을 이유로 정부는 1년째 마이너스인 수출이 올해 10∼11월 중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8월 늦더위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한 여파로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달보다 0.3% 줄면서 2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두 달 연속 소비 감소는 지난해 4∼7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소비 침체와 함께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급등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마이너스였던 점을 고려하면 기저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경기의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소비가 더 침체할 수 있고, 동절기에 접어들수록 원유 수입이 늘어나는 탓에 무역수지가 다시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