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뒷수습 비용 35억 교육부에 떠넘긴 행안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월 7일 정부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장관은 당시 간담회에서 잼버리에 대해 “자화자찬할 일은 아니지만 잘 마친 걸 인색하게 평가할 건 없지 않겠나. 마무리는 잘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었다. 행정안전부 제공

서동용 민주당 의원 “직업계고 학생 교육 예산으로 잼버리 뒷수습” 지적
“행안부가 타 지자체·부처로 부담만 떠밀고 자신들은 뒷짐” 비판도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운영으로 여성가족부와 함께 많은 비판을 받았던 행정안전부가 뒷수습에 쓰인 비용을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교육부에도 떠넘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6일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잼버리 기간 폭염과 태풍으로 각국 대원들이 개최지인 전북 새만금을 떠나 비상 대피하면서 전국 53개 대학이 기숙사 등을 임시숙소로 제공했다. 대학들은 대원들의 식비와 간식비, 생필품 비뿐 아니라 청소비, 인건비(통역비), 관리비 등으로 49억9300만 원가량을 지출했다.

행안부는 지난 8월 9일과 12일 지자체 등에 내려보낸 공문에서 숙소와 식사, 체험활동 등 잼버리 대원들에 대한 비용 지원 범위 등을 설명하며 지자체 예비비로 이를 보전할 것임을 시사했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은 9월 7일까지 지자체를 통해 예비비로 15억 원을 정산받았다. 대학 9곳은 비용 전액을 보전받았다.

하지만 행안부는 9월 7일 지자체에 발송한 공문에서 ‘당일까지 정산이 마무리되지 않은 35억 원가량은 교육부가 직접 대학에 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동용 의원실은 “교육부가 갑작스럽게 뒷수습 비용 정산을 떠안게 되면서 잼버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지원사업’ 예산에서 대학에 정산할 금액을 끌어다 썼다”고 지적했다.

대학들 역시 지자체에서 비용을 보전받기 위해 관련 서류 등을 준비했다가, 행안부의 계획 변경으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에서야 겨우 정산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잼버리 비상 대피처럼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수요는 예비비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며 교육부가 다른 사업 예산을 전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은 “현 정부 실세로 꼽히는 이상민 장관이 있고 정부 조직권을 갖고 있는 행안부가 밀어붙이는데 교육부라고 별 수가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행안부 자체 예산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인데 자신들은 희생하지 않고 타 지자체·타 부처에 부담만 떠넘기는 모습은 갑질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서동용 의원은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지원사업 가운데 현장실습 지원금과 취업연계 장려금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유일한 사업”이라며 “잼버리 조직위와 정부의 허술한 대응에 따른 뒷수습을 아이들의 교육 예산으로 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