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추락해도 이상할 것 없는 지자체 ‘낡은 헬기들’

경기 지자체 임차해 쓰는
민간헬기 평균 연식 32년
노후로 추락사고 잇따라

의정부=김현수 기자 khs93@munhwa.com

지난해 강원 양양에 이어 지난 3월 강원 영월, 이달 초 경기 포천에서 산불 예방 비행을 하던 헬기 추락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노후 헬기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식 30년 안팎 노후 헬기 위주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올해 경기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민간에서 임차해 사용하는 헬기(사고 헬기 포함) 18대 평균 연식이 32년으로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평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헬기의 연식은 무려 48년이어서 또 다른 사고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6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11시쯤 포천 소흘읍 고모리 저수지에 헬기 1대가 추락해 60대 기장 A 씨가 사고 발생 4시간 만에 헬기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헬기는 홍익항공 소속 AS-350(6인승) 기종으로 지난 1980년 10월 프랑스에서 제작됐다. 이 헬기는 지난 3월 15일 강원 영월군에서 추락한 헬기와 같은 기종이다.

이처럼 노후 헬기의 추락 사고가 반복되는 가운데 경기 지자체가 현재 임차 중인 총 18대 헬기의 평균 연식이 32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헬기 연식 20년 이상부터 노후 기종으로 분류하는 만큼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통상 지자체들은 산불 조심 기간에 민간에서 헬기를 빌려 산불 예방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경기 지자체 임차 헬기 가운데 가장 노후화된 헬기는 S-61N(가평군) 기종이다. 미국에서 제작된 기종으로 제작된 지 벌써 48년이 됐다. 이를 포함해 40년 이상 된 노후 헬기는 전체 18대 중 5대에 이른다. 단 헬기의 연식 제한은 없다. 국토교통부 감항 증명서만 받으면 연식에 상관없이 운행할 수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간 보유 헬기 대부분이 노후화되거나 기종이 다양하지 않은 탓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노후 헬기를 임차할 수밖에 없다”며 “관련 전문가를 둬 관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들 사이에선 헬기 관련 업무를 산림청 등 정부에서 직접 해줬으면 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