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300명 ‘피의 복수’ … 무자비한 살상만 난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안전한 곳으로… 11일 가자지구 북부 카라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짐을 싸 들고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이-팔 모두 민간인 희생 속출

네타냐후 ‘전멸 보복작전’ 지시
하마스, 민간인 총살·강간 만행

유엔·EU 등 ‘가자 봉쇄’ 비판
이집트, 인도적 지원 휴전 제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전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에 대한 전멸 작전을 지시했다. 하마스 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닷새째 폭격을 이어가면서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 언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와 제2야당인 국가통합당 베니 간츠 대표는 이날 전시 내각을 위한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전시 내각은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간츠 대표가 주도한다. 국가통합당은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며 9개월간 대립했으나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인한 국가 위기 타개를 위해 손을 잡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립정부 구성 후 방송 연설에서 “유대 국가는 하나로 뭉쳤고 오늘 그 지도력도 통합됐다”며 “우리는 다른 모든 정치적 고려사항을 무시하고 국가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야만적인 맹수들을 봤다”면서 “우리 소년 소녀들이 결박된 채 머리에 총을 맞고, 젊은 여성들이 강간당했으며, 남녀가 산 채로 불에 타고, 군인들이 참수당했다”고 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이스라엘은 이날도 200곳 이상을 타격하는 등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지난 7일 밤부터 닷새째 이어진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택 2만2600채, 병원 10곳과 학교 48개 등이 파괴됐다. 또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에 따른 연료 부족으로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면서 주 전력도 끊긴 상태다. 병원들은 비상 발전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마저 이틀이나 나흘 정도만 버틸 수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는 수 세기를 거슬러 중세시대로 돌아갔다”며 “붕괴 직전”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25만 명이 넘는 피란민을 위한 음식과 식수가 12일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마스의 민간인 살해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매일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인도적 지원을 위한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집트는 이날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6시간 휴전을 제안했다.

이집트는 또 미국 등과 가자지구와 이집트 간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교차로를 여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튀르키예 등은 전기·수도·식량·연료·의약품 공급을 차단하는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는 국제인도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하마스가 12일 이스라엘 공격 당시 납치한 인질 150명 가운데 여성 1명과 어린이 2명을 석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알자지라는 이날 “하마스의 카삼 여단이 여성 1명과 어린이 2명을 풀어주는 영상을 공개했다”며 “하마스 대원으로 추정되는 무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접경지대로 보이는 울타리 인근 공터에서 인질들을 풀어놓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