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소나무 누레져”… 영남 67만그루 재선충병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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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감염 37만→106만 그루
안동 14만·포항 13만 그루 피해
올 이상 기후로 전염 활발해져
군사시설·댐 일대 중심 확산세
산림청, 헬기·드론 집중 방제

포항=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해안가를 따라 빽빽하게 들어찬 소나무마다 잎이 누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안가 일대를 찾은 김응수 포항시 푸른도시사업단 단장은 “2년 전 남구 동해면~구룡포읍을 잇는 해안가에 재선충병이 처음 발생한 이후 급속히 확산해 소나무 약 20만 그루가 말라죽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선충병은 동해안 포항시뿐만 아니라 경북 경주시, 울산 울주군으로 길게 이어지며 확산 중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단풍이 아닙니다 지난 9월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호미곶면 일대 해안가 소나무림이 재선충병에 감염돼 누렇게 변해 있다. 포항시청 제공

포항시는 이상기후에다 2년 전 태풍급 바닷바람에 의한 염분으로 이 일대 소나무 생육과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재선충병이 옮아붙은 게 주요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호미곶면은 과거 군사시설 내 지뢰 매설지가 있고 동해·장기면은 군부대 시설이 있어 예찰·방제작업이 제한되는 점도 꼽았다. 시 관계자는 “해안가 사유림과 군유림 등은 방제작업을 하면 되지만 군사시설은 출입이 위험해 확산을 막는 게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영남지역 해안가와 군사시설, 댐 일대를 중심으로 크게 번지고 있어 관계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 재선충병 피해 소나무는 2021년 30만7900여 그루, 2022년 37만8000여 그루에서 올해는 106만5900여 그루로 급증했다. 2022년 대비 올해 2.8배나 증가했다. 산림청은 매년 4월 기준(지난해 5월∼그해 4월)으로 피해 나무 수를 집계한다.

올해의 경우 재선충병 피해 소나무는 영남지역 7개 시·군에서 약 63%(67만여 그루)가 발생할 정도로 집중돼 있다. 이들 지역은 경북 안동·구미·포항·경주시, 대구 달성군, 경남 밀양시, 울주군이다. 특히 댐과 군사시설이 있어 방제 접근이 어려운 포항시(13만여 그루), 경주시(8만여 그루), 안동시(14만여 그루)와 밀양시(20만여 그루) 등 4개 지역은 전국 피해 소나무의 약 52%(55만 그루)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올해 유독 심한 이상기후로 재선충병을 옮기는 매개충 서식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져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이 병이 크게 확산하고 있어 내년엔 피해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이들 지역 재선충병 확산 저지를 우선 목표로 이달부터 집중 방제에 나섰다. 산림청 관계자는 “헬기·드론 예찰과 재선충병 진단 시간을 3일에서 30분까지 단축할 수 있는 유전자 진단 키트를 확대 보급했다”고 말했다. 군사시설이 있는 포항시는 군부대와 방제를 협의 중이다. 또 산림청은 소나무류 취급업체를 대상으로 소나무 무단 이동 단속도 강화하고 나섰다. 경북도 관계자는 “소나무 재선충병은 자연적·인위적 확산을 모두 막아야 방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올 상반기(1~6월)에만 전국 소나무류 취급업체 총 1216건을 단속해 7건을 사법 처리하고 나머지는 방제 명령, 과태료 부과, 계도 등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