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번쩍, 학교에 번쩍…‘발정난 멧돼지’ 출몰에 맘졸이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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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식기 맞아 도심에 ‘속출’

울산 아파트단지 난입후 사라져
대구 고교 운동장서 사살되기도
서울도 올 9월까지 499건 출몰

전문가 “멧돼지들 예민한 시기
등 보이지말고 조용히 대피해야”

수원=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전국종합

본격적인 번식기를 맞은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와 주택가와 학교 등 도심을 활보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에게 멧돼지를 만났을 때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배부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19일 오전 8시 57분쯤 울산 울주군 청량읍 시가지에 멧돼지 한 마리가 출몰했다. 한 도로에 뛰어든 멧돼지는 택시에 몸을 부딪치고 시설물 등을 들이받는 등 시내를 활보하다 아파트 단지로 난입한 뒤 자취를 감췄다. 별다른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출근길을 재촉하던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울주군은 ‘외출 시 주의하고 발견 즉시 신고해달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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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서는 멧돼지 7∼8마리가 풍산 부산영업소와 반여농산물시장 일대를 배회하다 사라졌고, 같은 날 북구 만덕동에서는 엽사가 출동해 멧돼지 3마리를 사살하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지난 4일 남구 봉덕동 경일여고 운동장 인근에 멧돼지(몸무게 60㎏)가 나타났다가 엽사에 의해 사살됐고, 같은 날 수성구 중동 한 어린이집과 중식당 인근에도 새끼 멧돼지(몸무게 15㎏)가 나타나 3시간 만에 전문 포획단에 사살되기도 했다. 2일 경기 의정부에서는 100㎏에 달하는 멧돼지가 경찰서 주차장에 들어와 난동을 부리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도심에서의 멧돼지 출몰은 점점 빈번해지는 추세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산하 119구조대가 멧돼지 출현에 따른 안전조치를 위해 출동한 건수는 2020년 576건, 2021년 442건, 2022년 379건으로 매년 조금씩 감소하다 올해는 9월까지 499건이 접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2020∼2022년 동안 지역별로는 은평구가 2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북구 211건, 종로구 194건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도 지난달까지 557마리의 멧돼지가 포획됐는데 이는 2021년 423마리보다 134마리 증가한 수치다. 이에 부산시는 홈페이지에 ‘멧돼지 발견 시 상황별 행동요령’에 대한 만화를 게시하기도 했다. 만화에는 △멧돼지를 발견하면 뛰거나 소리치지 말고 침착하고 조용히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것 △거리가 가까우면 등을 보이지 말고 천천히 옆으로 이동해 은폐물에 몸을 피할 것 등의 행동요령이 담겼다.

연성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활발한 도시 개발로 멧돼지 서식 및 먹이활동 영역이 줄어들면서 도심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는 멧돼지가 본격적으로 교미를 하는 시기여서어느 때보다 예민하니 절대 가까이 가서는 안 되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됐을 수도 있으니 포획 시 방역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