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2인이상’ 규정에 방치됐던 시민불편 해소

■ ‘1인시위 소음 규제’ 추진배경

도심·대기업 사옥 등 반복시위
소음 발생해도 막을 방법 없어

민변 “기본권 침해 입법” 반발

여당이 1인 시위를 규제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그간 주요 도심이나 대기업 사옥 인근 등에서 소음 공해를 유발하는 ‘나 홀로 시위’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인 시위까지 법적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놓고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반발도 나온다.

지난 25일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대표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에는 그간 법적 규율 대상에 빠져 있던 1인 시위에 대한 소음 규제를 규정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담겼다. 현행 집시법 2조 2항에 1인 시위와 1인 시위자에 대한 정의를 신설하고, 같은 법 14조(확성기 등 사용의 제한) 적용 대상에 1인 시위자를 포함해 소음 규제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1인 시위가 일부 변칙적으로 운영되면서 소음 공해가 발생해도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었다. 1인 시위는 2인 이상으로 규정된 집시법상 집회·시위가 아니어서 별도의 사전 신고 의무가 없고, 국회나 헌법재판소 인근 등 시위가 금지된 지역에서도 가능하다.

과도한 ‘1인 소음 시위’의 대표적인 사례는 대기업 앞에서 벌어지는 1인 시위들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과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인근에선 대형 스피커를 통한 1인 시위가 매일같이 이뤄지면서 출퇴근길 시민들이 소음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대기업 오너 일가의 자택 앞에서도 소음 유발 형식의 나 홀로 시위가 상습적으로 열린 바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경찰이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로 점거를 금지하고, 집회 주최자가 질서 유지선을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징역 1년에 처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라 열리면서 교통 체증과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일상의 평온함이 중시되는 시대 상황과 사회 규범 가치에 맞게 법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이종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헌법과 집시법은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집회와 시위를 보호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도 시민이 어느 정도의 불편을 받아들일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입법 시도”라고 지적했다.

김규태·강한·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