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 연설문엔 “부탁드린다”만 5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시정연설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2024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이재명 대표와 첫 공식대화

접견실서 5부요인 등과 만나
“자리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野대표 與보다 먼저 호명
“감사” 표현도 4차례나 반복
尹·여·야 3자회동 성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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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선 5부 요인·여야 지도부와의 환담을 계기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대통령 취임 후 이 대표와 사실상 첫 대화를 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시정연설에서 이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보다 먼저 호명하고, ‘부탁한다’는 표현을 5차례 하는 등 야당과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2분 김진표 국회의장과 함께 환담 장소로 마련된 접견실로 입장했다. 이 대표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 여야 지도부와 함께 접견실에서 윤 대통령을 맞았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포함해 환담 참석자들과 한 명씩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이 그간 정부 기념식 등에서 이 대표를 짧게 마주친 식으로 인사를 한 것이 전부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처음 소통하는 자리였다. 김 의장은 인사말에서 “제가 국회의장이 되고 나서 이렇게 대통령님과 여야 대표님, 그리고 원내대표님, 또 5부 요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처음인 것 같다”며 “그래서 오늘 이 만남을 많은 언론이,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주신 의장님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지난해 시정연설에서는 민주당이 검찰 수사·감사원 감사 등에 반발해 참석 자체를 ‘보이콧’한 데 따라 양측 만남이 불발된 바 있다. 이날 이 대표의 참석은 그간 대통령 시정연설의 사전환담에 참석했던 국회 관례를 2년 연속 깨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도 ‘부탁’ 5차례, ‘감사’ 4차례 등 표현을 반복하며 야당을 향한 대립각을 누그러뜨리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교권 보호 4법의 개정에 협조해주신 국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돼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을 계기로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소위 ‘대통령-여야 대표 3자 회동’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이 대표가 여야 대표 간 ‘민생 협치’ 회담을 거절하면서 역으로 제안했던 3자 회동이 이날 윤 대통령과의 대화를 계기로 성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단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갈등이 격화될 경우 자연스레 두 사람의 만남도 기약 없이 미뤄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