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여야 상임위원장들과도 첫 간담회… 법안 통과 협조 요청

18명 전원 참석…오찬도 열어
美와 같은 소통문화 정착 주목

야당과의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후 여야 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오찬까지 함께했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야당 상임위원장의 대다수가 윤 대통령과 공식 회동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처럼 대통령과 야당이 수시로 소통하는 협치의 전통이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김진표 국회의장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국민의힘 소속 상임위원장 7명,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 11명 전원이 참석했으며 뒤이어 국회 사랑재에서 진행된 오찬에는 민주당의 일부 상임위원장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당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저녁 늦게 의장실로부터 연락을 받은 상황”이라며 “간담회는 모두 참석하고 오찬 여부는 각 위원장들이 일정에 따라 각자 판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번 회동이 여야 협치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추진하고 싶은 정책과 법안이 있으면 수시로 야당 의원들과 통화하고 상임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화하는 전통이 뿌리 깊다”며 “당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 논의 사항을 당에 일률적으로 ‘하달’하는 전근대적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오찬을 통해 야당 상임위원장들은 윤 대통령에게 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의사정원 확대와 연금개혁 방안 등을 건의하겠다는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은 간담회 전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정부가 필수 보건 의료 전략을 발표하면서 상임위원장을 ‘패싱’한 건 잘못”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은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둘러싼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야당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윤석·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