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성범죄자, 지정시설에만 거주… 지역 반발·주거자유침해 논란은 숙제[Who, What,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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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지난달 26일 입법예고 된 ‘한국형 제시카법’

상습 또는 아동대상 성범죄자 중
10년 징역형+전자발찌 착용자
국가·지자체 운영 시설에 격리
기존 출소자들에게도 소급 적용

보호관찰소장, 檢에 명령 신청
檢, 검토 뒤 청구 → 법원, 결정

지방 내몰기·위헌 소지 지적에
법무부 “공익차원서 범죄 예방”

2020년 12월 12일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납치해 성폭행한 조두순(71)이 12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다. 조두순 출소 소식에 그가 거주하게 된 경기 안산시 지역 일대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주민들은 “조두순이 여기 산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앞으로 어떡해요”라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피해자 가족이 그를 피해 이사를 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가해자의 삶을 위해 피해자가 또다시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경찰과 안산시 등이 감시 인력을 증원하고 범죄예방 CCTV를 늘리는 등 ‘조두순 관리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조두순을 응징하겠다며 몰려드는 극성 유튜버 등 외지인 탓에 지역주민의 불편이 커지기도 했다.

◇사회로 나온 고위험 성범죄자들에 주민 불안감 가중=2022년 아동성범죄자 김근식(55)의 출소 소식에 여론은 다시 한 번 들끓었다. 김근식은 2006년 5∼9월 인천·경기 일대에서 9세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 11명을 잇달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강간치상죄로 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16일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두순보다 재범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검찰은 김 근식의 출소 하루 전 그의 과거 성범죄를 추가 수사해 재구속했다.

성범죄자 출소와 거주지 관련 논란은 ‘수원 발발이’로 불린 연쇄성폭행범 박병화(40)의 2022년 10월 출소 때도 벌어졌다. 경기 화성시 봉담읍의 한 원룸인 박병화 주거지 주변에는 초등학교 1곳, 유치원 1곳과 대학교 3곳이 위치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박병화의 출소 당일부터 집회를 열고 퇴거를 요구했다. 그해 12월에는 국회와 법무부에 보호수용제도나 치료감호와 같은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아동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이 같은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출소를 계기로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후 인근으로 이사 올 경우 발생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같은 범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국형 제시카법’을 내놨다. 지난 10월 26일 입법예고한 법안에는 재범 위험이 높거나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출소 이후에도 국가가 지정한 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적용 대상은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10년 이상 징역형 및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받은 사람과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10년 이상 징역형 및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받은 사람이다.

보호관찰소장이 연령, 건강, 생활환경 등을 토대로 거주지 제한이 필요한지 판단해 검찰에 제한 명령을 신청하고, 검찰이 필요 여부를 다시 검토해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논란을 부른 조두순이나 박병화 또한 이 법이 시행될 시 적용을 받는다. 법 시행 이전 전자발찌 착용 판결을 받은 사람도 소급 적용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국형 제시카법이라 불리는 이유는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을 규정한 법이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제시카법’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법 이름은 당시 성폭행범에게 살해된 9세 여자아이의 이름에서 따왔다. 12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학교·공원·교육시설 등 아동이 많은 곳에서부터 2000피트(약 61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제시카법에 대해 발표하면서 제정·개정안 도입 배경을 두고 “방치냐 대응이냐. 이것이 고민의 시작”이라며 “솔직히 방치면 정부 당국 입장에서는 쉬운 입장이고, 욕먹지 않을 선택이다. 대책은 쉽지 않고, 그동안 방치해 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가지 않은 어려운 길”이라며 논의를 거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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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반발 가능성, 위헌 논란도=제시카법의 도입 필요성에는 많은 이가 공감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고위험 성범죄자를 격리할 지역에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법 적용 대상자들이 출소 후 전자장치 부착 기간에 거주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도록 하고,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지정된 시설’에서만 거주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 미국은 아동이 많은 곳에서 일정 범위 내에 성범죄자가 ‘살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지만, 한국형 제시카법은 성범죄자가 특정 시설에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한다. 이 때문에 성범죄자들을 지방의 중소도시로 내모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국가와 지자체 등의 협의를 거쳐 주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사람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헌법이 보장한 거주이전의 자유가 침해되고, 형벌을 이미 받은 사람에게 다시 형벌을 가하는 ‘이중처벌’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거주지 지정은 보안처분이라서 위헌이라는 것(지적)은 이미 해결된 부분”이라며 “공익의 관점에서 법률에 의해 기본권 제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헌법적으로 더 이상 (죗값을) 치를 게 없다는 것과, 사회가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권 제한을 한다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