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료만 올리고 가스는 동결할듯

■ 당정 ‘동절기 부담 최소화’ 검토

4분기 에너지 요금 조정안 임박
공기업 재무위기 완화 고육지책

산업용 전기판매 전체 54%차지
국제기준 대비 저렴… 현실화도

가스공사 12조 미수금 회수 난항

올해 4분기 전기요금·가스요금 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기요금의 경우 가정용과 자영업자용을 뺀 대기업 등이 쓰는 산업용만 올리고 가스요금은 동결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4월 총선이 임박하면서 동절기 에너지 요금 부담과 고물가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공기업 재무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공사는 희망퇴직을 포함한 인력 감축과 자회사 지분 일부 매각 등을 추가 자구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에너지 업계·정치권·관가에 따르면, 당정은 전체 전기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적정 수준 인상하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용은 광업·제조업 및 기타 사업에 적용되는 요금으로 계약 전력 300㎾ 이상이 대상이다.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산업용 요금 인상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넘어서지 않는 수준에서 재정난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한전 산업용 전기 판매량은 전체의 54%를 차지했고, 주택용은 15%, 소상공인 등이 쓰는 일반용은 23%였다.

산업용 요금은 그간 국제 기준 대비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곤 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95.6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5.5달러를 밑돌았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요금이 사실상 정부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한국산 철강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판정을 내린 바 있고, 값싼 요금이 기업들의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 만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산업용 요금 인상 시 원가 부담이 늘어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한전 누적적자가 47조 원대에 달하는 만큼 산업용 요금 한 차례 인상만으로는 한전 재무위기 타개에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10일 발표되는 한전 3분기 실적은 10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 예상되지만 4분기에는 다시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요금 인상 시 한전채 발행 한도 초과 같은 단기 재무 위기는 막을 수 있겠지만, 근본 해법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겨울철 난방비 폭등 우려 재연으로 가스요금의 경우 동결이 유력한 가운데 민수용만 이미 12조 원대를 넘어선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회수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가스공사 부채비율은 이미 500%에 달했고, 가스공사 역시 회사채 발행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사채 발행 한도가 이미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한편, 한전은 희망퇴직 인원을 포함해 인력을 수천 명대 줄이고, 한전KDN,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등 일부 자회사의 일정 지분을 파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