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법안 처리 ‘스톱’… 고금리 고통 커진다

■ 여야 정쟁에 민생법안 ‘뒷전’

법안소위 통과‘보험사기방지법’
4개월간 후속 절차 논의 없어

이자부담 경감 은행법개정안
법안소위에서 조차 언급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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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간의 극한 대립으로 국민의 고금리 고통과 고물가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민생 관련 금융 법안들이 줄줄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4월 10일)를 앞두고 올해 정기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법안 처리 기간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칫 제도 개선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8일 경제계 및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 법안 처리는 여야 간 정쟁 여파로 지난 7월 이후로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과 기업이 고금리·고물가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금융과 관련된 민생 법안들은 정무위에서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지난 7월 4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보험사기 적발액이 지난해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관련 피해로 해마다 국민의 보험료 인상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무위는 지난 4개월 동안 후속 절차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 갈수록 고액화, 조직화하는 보험사기가 급증하는 추세를 막고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제도를 통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의 회생을 도와온 기촉법은 지난 10월 15일 효력을 잃었다.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에 부닥친 기업을 돕기 위해 2001년 한시법(유효기간이 정해진 법)으로 만들어진 뒤 네 차례에 걸친 법·개정을 통해 효력을 연장해 왔으나 21대 국회에서 생명을 다한 셈이다. 정부가 금융회사와 기업 간의 자발적인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 유도를 통해 빈자리를 땜질하고 있지만, 벼랑 끝에 몰린 기업이 기댈 수 있는 수단이 이제 법정관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은행법’ 개정안은 아예 법안소위에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신용상태가 개선된 국민에 대해 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제공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권의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률이 30%를 밑도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복안이다. 빚을 갚지 못해 금융회사의 추심으로 고통을 받는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 개정안도 정무위에 묻혀 있다. 취약계층의 채무조정 요청을 받은 은행은 추심을 중지하고 10영업일 안에 가부를 당사자에게 통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금융 소비자의 불이익을 막기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도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해당 법안은 대출의 원리금 상환이 지체될 때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에 대해 금융회사가 의무적으로 설명하게 하고 있다. 또 지체된 금액에 한해서만 지연손해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협단체 관계자는 “국회가 서민을 위한 민생 금융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일하는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