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1·2등, 힘든 기재·산업부 아닌 승진 빠른 해수·농식품부 갔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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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가능한 특허청도 몰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로 불리는 20∼30대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선 부처 및 보직 선택 시 ‘간판’보다는 ‘실리’를 우선하는 성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67기 5급 공개채용에서 일반행정직 수석 합격자는 해양수산부를, 차석 합격자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배치됐다. 과거 우수 성적자들이 기획재정부 혹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경제부처를 지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기재부의 경우 주요 경제정책은 물론 예산·세제 등 주요 업무를 다루고 있지만 업무가 과도하고 승진이 늦어 젊은 사무관들에겐 이젠 기피 부처다. 기재부와 마찬가지로 인사 적체가 심각한 산업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에 반해 농식품부나 해수부는 상대적으로 승진이 빨라 젊은 사무관들이 선호하는 부처로 부상 중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부처에는 여성 사무관 비중도 높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특허청 등 부처 산하 외청들도 과거엔 사무관 연수 성적이 낮은 인력들이 갔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이 때문에 향후 정부의 주요 정책 생산·추진 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젊은 사무관 시절 여러 업무 경험이 필요하지만 이 같은 기피 현상이 심화해 역량을 키울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일례로 이번에 물가안정을 위해 지정된 농식품부의 ‘품목 사무관’ 5명 중엔 5급 공채 출신 사무관은 단 한 사람도 없고 모두 ‘비(非)고시 출신’ 사무관들로 구성됐다.

젊은 사무관들의 이 같은 경향을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 정부 조직 자체가 젊은 사무관들의 업무 능력을 키울 여건을 만들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힘든 업무에 대한 성과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출산·육아 등 여성 직원들의 부담을 인사 평가 과정 등에서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임용된 사무관들은 확실히 여론의 관심을 끄는 업무나 대민 설득 업무 등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업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기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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