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공허한 ‘인재 영입’ 쇼[오승훈의 시론]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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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논설위원

내년 총선은 대선의 리턴매치
모두 “패배는 치명적”이라지만
진영 승리보다 계파 확장 골몰

인적 쇄신이 선거민주주의 核
차기 주자와 신진세력 등용문
서사·감동 없는 공천 전략 필패


선거는 인물과 구도의 싸움이라고 한다. 내년 4·10 총선의 경우, 구도는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실시하는 중간평가의 성격을 벗어날 수 없다. 인물 전쟁은 후보 공천이 시작이다. 이는 정당의 일이다. 그래서 선거는 유권자, 정당, 후보자 등 세 주체가 벌이는 마당이다. 여기까진 선거의 형식적 구조다. 실질적 정치권력의 측면에서 총선을 바라보면, 선거 구도와 후보 공천이 달리 나타난다. 지난 대선의 유력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턴매치 구도다. 이 대표에 걸려 있는 3건의 재판이 변수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그렇다. 두 사람은 각기 소속 정당의 공천권에도 가장 큰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 성과에 대한 평가여서 자신이 선거운동 주체이고,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당 국민의힘에 대한 영향력은 국회 주도권을 의미한다. 임기 후반기 국정 성과를 내려면 친윤(친윤석열) 확장을 통해 국회 내 전투력을 높여야 한다. 이 대표 역시 차기 대선을 노린다는 전제에서 자기 깃발로 총선을 치르려 한다. 친명(친이재명)의 당 장악이 필수조건이다. 정권 재창출 기반을 쌓지 못한 대통령도,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만들지 못한 야당 대표도, 지는 쪽은 치명적이라고 여긴다. 모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선거다.

역설적이게도 거기에 이번 총선의 함정이 있다. 자신의 정치 이득에만 집착하면, 진영의 승리가 아닌 자기 계파의 확장 여부에 함몰되기 쉽다. 현재의 정치 지분 다툼에만 관심을 둘 뿐, 미래 경쟁이 없는 선거가 되는 것이다. 총선은 차기 주자들이 부상하거나 스러지고, 신진 세력과 기성 정치인이 충돌하는 경연장이다. 그 선거를 통해 정치의 인적 쇄신이 이뤄지고, 제도 개선과 유권자 인식 변화까지 견인하면서 민주주의 공고화가 진행된다. 그게 절차적 민주주의로서 선거가 지닌 중요한 역할이다.

외부 수혈을 통한 인적 쇄신이 총선 전략으로 등장한 건 1996년 제15대 총선부터였다. 삼풍백화점 붕괴 등으로 집권 후반기 위기에 처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인재 영입을 진행했다.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민중당 출신의 운동권 인사 이재오·김문수 등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듬해 대선 후보 경선 사상 가장 치열했던, 이회창 이홍구 박찬종 등 잠룡 9인의 무제한 경쟁이 가능하게 해준 흐름은 그 바람 덕분이었다. 신한국당은 예상을 깨고 299석 중 139석을 확보해 1당이 됐다.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이 선전하면서 야권이 분열된 탓도 있다. 반(反)YS의 옛 민정계가 대구에서 13석 중 8석을 차지했다. 내년 대구 출마를 거론하는 이준석이 말하는 ‘대구의 다른 선택’이 바로 그때였다.

그 총선에서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는 79석으로 부진했다. 그래도 기업인 출신 정세균과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의 ‘천신정’, 대구 출신의 추미애 등을 영입해 당선시켰다. 김근태 등 민주화운동 세력도 국회에 입성했다. 2000년 제16대 총선 때 이른바 ‘386’들이 정치권에 진입하는 터전이 됐다. 이들의 여의도 입성 이후 행보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겠지만, 다양한 세력을 대변하는 국회 역할이 확대되고 정치 풍토 쇄신의 기폭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여야의 인재 영입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모두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해 공개적인 ‘국민 추천’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새로운 문법을 보여주진 못하는 것 같다. 여권이 어떤 인재를 무슨 비전으로 영입한다는 스토리는 아직 전해지지 않는다. 장관들과 대통령실 사람들이 누구 지역에 출마한다는, 서사 없는 소설만 무성하다. 이 대표 역시 국정 심판만 되뇔 뿐 총선 콘셉트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미래보다 자신의 앞날에 더 노심초사일 것이다. 그럴수록 공천은 시스템이 아닌 자신의 정치력 수단, 강성 지지층 개딸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비명계가 부르짖듯이 공천을 빙자한 사천(私薦)이 되는 것이다.

총선 승리가 국정 성공을 보증하는 것도, 정권 교체를 약속해주는 것도 아니다. 총선에서 이기고도 이어진 대선에서 패배하거나, 총선에서 졌지만 대선에 이긴 사례는 수두룩하다. 어느 진영이건 인물 쇄신에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쪽이 결국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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