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막히자…대부업체 찾은 ‘저신용 가구’ 늘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전봇대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가 붙어있다. 뉴시스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급한 불을 끈 가구주 비중이 4년 만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통계청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과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신용대출 가구주 중 대부업체가 포함된 ‘기타 기관 등’에서 돈을 빌린 가구주의 비중이 지난해(6.9%)보다 1.0%포인트(p) 상승한 7.9%로 나타났다.

2019년(11.4%)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하락하다 4년 만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기타 기관 등’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우체국·새마을금고 등을 제외한 기타 여신업체로, 저신용자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질 낮은 대출창구다.

지난해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의 신용대출 규모가 축소되면서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의 대출 수요가 제도권 내 마지막 창구인 대부업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소득분위별로 보면 하위 20%인 1분위 가구주의 ‘기타 기관 등’ 대출 비중이 소득 5분위(6.4%)의 2배를 웃도는 13.1%로 가장 높았다.

또 다른 급전 대출 창구로 분류되는 보험회사 신용대출 가구주 비중도 같은 기간 0.8%에서 1.1%로 올랐다. 반면 2019년부터 매년 상승해 오던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돈을 빌린 비중은 작년(79.8%)보다 떨어진 78.8%로 4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저축은행과 우체국·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가구주 비중 역시 각각 0.2%p 하락한 3.8%, 8.4%로 나타났다.

문제는 고금리 장기화로 대부업 마저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나이스(NICE) 신용평가회사(CB) 기준 대부업체 69개사의 신규대출 규모는 950억 원으로 지난해 동월(3066억 원)과 비교해 6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승목 기자